발언대/ 경인지역 유권자의 힘?

김 창 권 한길리서치연구소 대표

선거는 이겨야 하는 싸움이다. 그래서 선의의 경쟁만을 바라는 것은 어쩌면 처음부터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정도 문제다. 현재 대선 주자 간에 펼쳐지는 경쟁 특히 경선을 앞둔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간의 진흙탕 싸움양상은 그 정도가 이미 최소한의 금도도 넘어선지 오래다.

이런 정치판 싸움은 한편에서는 “얼마나 유권자를 우습게 보았으면 이러냐”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정치에서 수요자인 유권자와 공급자인 정당이나 정치인의 역학적 관계에서 형성된 결과다. 다시 말해 공급자 우위의 발상에서 나온 악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경제는 수요자 중심으로 넘어간 지 오랜데, 유독 정치만 공급자의 구태가 남아있다.

그러나 이미 정치도 수요자 중심으로 넘어오고 있다. 단지 정치인들만 인정하려 하지 않을 뿐이다. 그러면서 유권자 중 경인지역 유권자들의 정치성향을 보면서 경인지역 유권자들을 주목한다. 현재 우리정치판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나친 지역주의가 이념적 정체성과 맞물리면서, 극단적 대결로 가는 양상이다.

그러나 경인지역은 탈지역주의적 성격에다 이념적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2007년 한길리서치 6월 정례조사를 보면 영남의 대구·경북(진보 29.4% 중도 31.7% 보수 36.5%)이나 부산·경남(진보 27.6% 중도31.1% 보수 33.7%)은 보수에 치우치고 호남(진보 40.1% 중도 23.6% 보수 28.1%)은 진보에 치우친다. 반면 경인지역 유권자들의 정치적 성향(진보 35.6% 중도 25.8% 보수 36.7%)은 전국의 이념적 성향(진보 33.4% 중도 27.5% 보수 34.4%)과 가장 근접해 있다.

여기다가 경인지역 인구는 전체 인구의 27%나 차지한다. 이같은 경인지역 유권자들의 특성은 현재와 같은 이전투구의 정치판에서 유권자들 중심의 새로운 역학을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경인 지역은 서울과 합하면, 전체 인구의 50%를 차지한다. 이러한 경인지역의 탈 지역성과 이념적 균형이 여론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유권자들이 정치를 바꿀 수 있는, 즉 정치 공급자들이 아닌 수요자들에 의한 정치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경인지역과 같은 지역주의는 오히려 더 부각되고 정치권에 영향을 미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인지역은 실제 정치의식의 성숙도나 유권자들 비중에 비해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필자가 보기에 그 이유는 경인지역 유권자들이 지역정치에 대한 무관심이나 경인지역에 대한 정체성이 다른 지역에 비해 약해서가 아닌가 싶다.

지역주의 발로에 지역성으로 맞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적어도 우리 정치현실에서는 현재와 같은 경인지역의 정치성향을 감안할 때, 경인지역 유권자들의 힘이 더 커져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특정 지역이나 극단적 이념에 의존해 권력을 얻고자 하는 정치인들이나 정당들에게 서울을 포함한 경인지역 만큼은 적어도 그런 방식으로는 결코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할뿐만 아니라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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