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스포츠의 허점

한국은 지금까지 동계올림픽에서 너무 ‘쇼트트랙’에 의존했다. 지난해 토리노 동계올림픽만 해도 이강석의 스피트스케이팅 500m 동메달을 빼면 모두 쇼트트랙(금6·은3·동1) 덕분에 종합 7위를 했다. 세계무대에선 아시아 1등인 한국이 올 초 창춘에서 열렸던 동계아시안게임에선 개최국 중국, 일본에 이어 3위에 그쳤다. ‘종목 편식’ 탓이다. 해법은 집중적인 투자와 틈새 종목 육성에서 찾을 수 있다. 스키 점프 국가대표팀은 20일부터 한 달 일정으로 오스트리아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유럽 ‘서머 그랑프리’에 출전,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루면서 훈련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국내 시설은 열악하다. 무주에 있는 스키점프대는 1997 무주·전주 동계 유니버시아드대회 이후 겨울엔 한 번도 쓰지 않았다. 점프대에 눈을 붙이고 유지하는 데만 1억원 쯤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한국 선수들은 동계유니버시아드와 아시안게임에서 꾸준히 메달을 땄다. 협회가 일찍 선수를 발굴해 길게는 10년 가까이 키웠기 때문에 가능했다.

반면 알파인 스키는 여전히 세계 수준과 거리가 멀다. 인프라는 FIS(국제스키연맹) 월드컵을 유치했을 정도로 좋은 편이지만 스키시즌이 1년에 3개월 남짓으로 짧아 훈련시간부터 부족하다. 일본은 유럽에 캠프를 차리고 대표선수들을 거의 연중 훈련시킨다. 그러나 우리 대표팀은 전지훈련이 매년 20~30일에 불과하다. 바이애슬론과 봅슬레이·루지·스켈레톤은 ‘볍씨와 모판’이 모두 절실하다. 워낙 비인기종목이라 어린 선수들이 좀 하다가 그만 둔다. 올해 10월 알펜시아에(여름용) 아스팔트 훈련장을 갖춘 국제규격 경기장이 완공되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썰매 종목은 선수 육성 체계가 아예 없다.

동계올림픽을 두 차례 치른 일본은 동계 스포츠의 오랜 역사와 넓은 저변, 높은 기량을 갖추고 있다. 국가 전체 예산 중 체육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의 5배 정도다. 그런데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선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 하나를 따는 데 그쳤다. 그만큼 동계 스포츠 강국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얼마 전 서울대 스포츠과학연구소가 동계스포츠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전 종목의 선수 육성에 각 20억원씩의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지만 그것도 넉넉한 건 아니다. 동계 스포츠 경기력을 높이려면 국가 차원의 집중적 투자가 필수적이다. 열정 만으론 안 된다.

/ 임병호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