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크레디트’는 1976년 방글라데시 그라만은행이 창안한 제도로 담보가 없는 빈곤층에게 무담보 소액대출을 해줘 경제적 자립을 돕자는 취지다. 그라만은행은 1천500개가 넘는 지점을 세우며 30년 간 52억달러의 대출을 해줬고 600만 명 가량의 대출자 중 절반 이상이 절대 빈곤에서 벗어났다. 그라만은행을 효시로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마이크로 크레디트가 하나은행의 용단으로 한국에서도 시작된 것은 서민들은 물론 사회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어줄 것으로 크게 기대된다. 특히 연 3~4%의 금리로 5천만원부터 3억원까지 대출해주는 건 파격적이다.
한국형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의 자금은 하나은행에서 지원한다. 하나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하나은행 산하에 비영리법인 ‘하나희망재단’을 만들고 300억원 규모의 ‘하나희망펀드’를 조성해 대출자금으로 출연한다. 하나은행은 기금 운용 및 금융지원만 맡고, 대출심사와 컨설팅은 시민단체인 희망제작소 부설 ‘소기업 발전소’가 전담할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늦어도 9월부터 대출을 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여기에 정부도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추진하고 있어 전망을 더욱 밝게 해준다. 지난 4일 임시국회에서 2년여간 방치돼 온 휴면예금 관련 법안(휴면예금관리재단법 및 휴면예금이체법)이 통과된 것이다. 정부는 8천억여원의 휴면예금 중 1천800억원을 내년 2월 설립될 휴면예금관리재단에 출연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초기 출연금 외에 신규로 발생하는 휴면예금 중 매년 500억원가량이 재단에 추가 출연될 예정이어서 금융소외계층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기획예산처도 8월 중 휴면예금과 민간 기부금 등을 활용, 저소득계층과 신용도가 낮은 계층에게 무담보로 창업자금을 대출해주고 경영 컨설팅을 제고하는 사회투자재단을 발족, ‘서민 창업’을 돕는다고 한다.
하나은행의 경우 10% 가량의 부실대출을 예상하고 체계적인 지원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주목된다. 3~4%의 이자만을 받을 경우 300억원의 기금은 점차 소진될 염려가 있지만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추가 출연도 가능하다는 방침을 세웠다. 희망제작소도 기부금을 모집하거나 성공한 소기업에서 이익의 일부를 환원하는 방법 등을 통해 기금을 추가 확충할 계획이다. 서민경제가 일어서야 국가경제도 부흥한다.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시행하는 마이크로 크레디트 제도가 성공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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