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전등은 절반만 켜졌다. 복도는 터널을 연상할만큼 어두컴컴하다. 지난 12일자 본지에 보도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사진이다.
기사 내용은 더 자린고비다. 손님 접대용 음료수는 페트병으로 구입해 그것도 반 잔만 따른다. 가끔씩 있던 팀별 회식도 없어졌다. 사옥 증축도 유보됐다. 무서운 것은 구조조정에 의한 대규모 감원 선풍이다.
삼성전자는 지금 불요 불급한 지출은 최대한 줄이는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한국경제의 샌드위치론을 말했다. 일본의 선진자본, 중국의 후발자본 틈새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는 것이다. 일본 자본과의 경쟁 거리는 더 멀게 처지면서, 중국 자본의 추월은 바짝 따라붙어 더러는 추월당하고 있다.
삼성의 비상경영은 반도체 해외시장의 불안에도 있지만 앞으로가 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전망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은 “5년 후가 큰 걱정”이라고 했다. 삼성은 5년후의 위기 대비에 돌입한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 회장은 과테말라에서 2010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서섰다. 아깝게 실패로 돌아가고 나서 그는 속내를 이렇게 밝혔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로 국내 경제의 위기대비에 호재로 삼으려고 했던 것이 그만 안됐다’며 아쉬워 했다.
삼성의 전등 끄기 같은 에너지 절약은 정신 무장을 위한 일종의 경각심 촉구다. 하지만 지출 절감 같은 소극적 대책으로만 위기를 대비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외에 ‘뭘 팔아서 경영 소득을 올릴 것인가’하는 것은 모든 삼성맨들에게 부하된 과제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있는 것은 적극적 대처 방안의 하나다.
삼성은 세계적인 대기업이다. 세계적인 대기업이 위기 대비의 비상경영 체제로 들어간 것을 엄살로 보는 시각이 있다. ‘삼성에서 전등을 아껴 불을 끄다니…’ 쇼라는 것이다. 위기 예측을 실감하지 못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해를 못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위기의 요인은 적잖다. 그중의 하나로 기름을 꼽을 수 있다. 5년 후엔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안 온다는 보장이 없다. 중국 경제의 무서운 성장 또한 위협의 대상이다. 이밖에 모종의 돌발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 삼성의 위기 예측, 위기 대처는 시사하는 의미가 큰데도 국가사회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자고로 위기는 평시에 대처하는 것이 요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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