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집안꼴

부부 싸움에도 불문율 같은 규칙이 있다. 어느 한 쪽이 아무리 잘못했다 해도 넘어선 안 되는 싸움의 한도가 있다. 아예 같이 안 살 작심이면 몰라도, 같이 살 요량이면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경선은 집안 싸움이다. 부부 싸움과도 비유된다. 그런데 집안 싸움에 외부 세력을 불러들이고, 부부 싸움에 해선 안 되는 막말이 마구 오간다. 이 며칠동안은 이명박의 부동산 의혹, 박근혜의 이명박 주민등록초본 부정발급 관련으로 벌어지는 싸움판이 대단하다.

경선은 아무리 격렬하다 해도 다 같은 당내의 동지적 관계다. 그런데 돌아가는 모양새가 그렇지 않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치닫는 경선이 당과 당 간에 맞부딪히는 대통령 선거의 상대 후보와 갖는 싸움판 못지않게 심한 정적으로 대한다.

경선은 치열할수록 흥행이라지만 이건 흥행이 아니다. 누군 경선이 끝나면 두 사람간에 멋진 화해의 모습이 연출될 것이라지만 의문이다. 서로가 안 할 말, 못할 말을 퍼부어 상대의 인격체를 갈기 갈기 찢어놓고, 경선에서 진 사람이 이긴 사람을 위해 축하를 보내면서 선거운동에 나설 것으로는 믿기지 않는다.

설령, 이·박 두 당사자는 마지못해 화해를 하고싶어 한다 해도 두 캠프 진영에서 상대를 거부할 공산이 높다. 결국 경선에서 패배한 쪽은 이긴쪽으로부터 기름에 물처럼 따돌려져 찬밥 신세가 될 게 뻔하다. 이래서 이기려고 더욱 기를 쓰는 바람에 싸움판이 갈수록 거칠어지는 진 모르겠으나 한나라당의 미래가 영 불안해 보인다.

애시당초 캠프다 뭐다 하여 지나친 줄서기로 당이 갈라지다시피 한 것 부터가 잘못이다. 지금의 한나라당은 강재섭 당 대표는 안 보이고 완전히 ‘이명박당’ ‘박근혜당’으로 두 동강 났다. 두 동강 난 가운데서도 이쪽저쪽으로 왔다갔다하면서 양다리 걸치는 족속도 있다. ‘간교한 친구보다 정당한 적이 더 낫다’는 영국의 속담을 새김질 해볼만 한 것이 작금의 한나라당 당내 사정이다.

경선의 품질이 이토록 저질화 된데는 이유가 있다. 당내 경선에서만 이기면 대통령 당선은 따놓은 당상으로 본 자만심 때문이다. 떡 줄 사람한텐 물어도 안 보고 김칫국부터 마신 꼴이다. 당 지도부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지금부터라도 가닥을 잡아 수습에 나서 챙겨야 된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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