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당 독재정권 당시 신익희, 조병옥은 민주화 투쟁의 두 거목이었다. 두 분이 모두 일제 강점에 저항,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을 했다. 이들의 대중 연설엔 민초들이 구름처럼 모여들곤 했다.
신익희는 1956년, 조병옥은 1960년에 고인이 됐다. 두 분이 모두 구 민주당으로 신익희는 3대 대통령 후보, 조병옥은 4대 대통령 후보가 되어 국민들의 열화 같은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공교롭게 선거도중에 갑자기 작고했다. 신익희는 지방유세에 나선 호남선 열차에서 심장마비로, 조병옥은 낙관하고 시작한 심장수술이 돌연히 악화되어 세상을 떴다. 두 분 모두 국민장을 치렀다. 정권 교체를 열망했던 국민들은 잇따라 일어난 두 거목의 변고에 하늘을 원망했다.
반세기 전의 일이다. 세월이 흘러 오는 12월19일은 제17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이날을 앞두고 정치권이 요동을 치고 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이명박·박근혜가 피투성이 경선을 벌이고, 범여권은 20명이 넘는 출마족이 ‘좌고우면’하는 가운데 정파별 이합집산 놀음이 한창이다. 그런데 나온 사람은 많아도 ‘딱’ 이 사람이다 하고 마음이 쏠리는 인물이 없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얘기다. 철면피들 뿐이라는 것이다.
철면피는 ‘북몽쇄언’에 나오는 말로 어느 선비가 문전축객을 당하면서도 권문세가를 찾아다니며, 요즘 말로 눈도장 찍기에 바쁜 걸 빗댄 것이다. 철면피들이 설치다 보니 대선정국이 한마디로 전전긍긍이다. 전전긍긍은 ‘시경’에 있는 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氷(전전긍긍하기가 깊은 못가에 있는 것 같고 살엄을 밟기와 같다)에서 유래됐다. 그러니까 정치권에서 이당 저당을 합쳐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이 30명 정도나 나왔지만 전에 신익희나 조병옥 같은 국민적 지지를 받던 사람은 없다는 얘기가 된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흠 저런 흠 등 흠집투성인 사람들 뿐이다. 여기에다가 제일 야당이나 범여권이나 형편이 마치 깊은 못가에 있고 살얼음판 밟는 것처럼 전전긍긍인 사정인 건 다 마찬가지다.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 하는 예측은 고사하고 과연 누가 정식 후보가 될 것인지조차 가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생각되는 것은 아무래도 철면피들 가운데서 뽑을 것은 분명하다 보니 최선을 기대하지 못할 것 같다. 투표는 선택이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 이도 아니면 차차선으로라도 전전긍긍속 고비를 넘겨야 한다. 지금의 정치는 어찌된 건지 반세기 전의 정치보다 멋이 없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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