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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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는 미술관 소장품을 조사·연구하고 전시를 기획하는 미술이론 전문가다. 원칙적으로 갤러리가 아닌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일하는 학예사를 일컫는다. 큐레이터는 겉보기엔 우아해도 실상은 잡일도 마다 하지 않으면서 박봉을 견뎌야 하는 직업이다. 우리나라 미술관들의 열악한 현실에선 더 그렇다. ‘백조’ 또는 ‘빛 좋은 개살구’로 표현되는 이유다. 실정은 이렇지만 미술사를 전공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큐레이터를 꿈꾼다. 2001년부터 실시된 박물관미술관진흥법에 의해 학예사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2007년 현재 1천700명에 이른다. 프랑스의 경우 큐레이터가 되려면 일정학교를 졸업하고 시험에 합격해야 하는 등 통과기준이 까다로운데, 우리나라에선 큐레이터가 되는 과정이 모호하다. 석사 이상의 학위를 가진 사람이 전국 320여 개의 경력인정 대상 박물관·미술관에서 2년 이상 근무하면 정(正)학예사를, 석사 학위가 없는 경우엔 시험을 통과하고 경력인정대상 기관에서 1~5년 동안 근무하면 준(準)학예사를 딸 수 있다.

정식 등록된 유명 미술관의 큐레이터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엔 학예직(큐레이터)이 18명이고 결원이 생겼을 때에만 채용을 한다. 유명 사립미술관의 경우 인턴이 아닌 정식 큐레이터는 대부분 1~3명이다. 그러나 연봉은 적다. 신참의 경우 낮게는 1천200만원 선에서 시작하고 고참도 5천만원을 넘기 어렵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석사학위 취득 후 5년 정도 근무했을 때 연(年) 3천만~3천500만원 정도를 받는다. 큐레이터를 뽑는 곳이 워낙 적어서 박봉이라도 참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동국대 신정아 교수는 이래서 미술이론 전공자들이 꿈꾸는 ‘신데렐라’의 모델이었다. 만 25세이던 1997년 금호미술관 인턴 큐레이터로 시작해 이 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가 됐고, 성곡미술관의 큐레이터, 수석 큐레이터, 학예실장을 하며 해외 1급 작가들의 굵직한 기획전시를 도맡았다. 2005년엔 동국대 전임교수가 되고 국제적으로 유명한 미술행사인 광주비엔날레의 공동예술감독에 오르기까지 했다. 가짜 예일대 박사로 드러나 예술감독의 선임이 취소되긴 했지만 지금 신정아 교수는 미국에 머물면서 의혹과 혐의를 부인하고 진실을 증명하겠단다. 아무튼 대단한 사람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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