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숫자 ‘3’의 기원은 단군신화까지 거슬러 올라 간다. 환웅이 태백산 정상으로 내려올 때 천부인(天符印) 3개, 신하 3천명, 비·구름·바람 등 3신을 데려오는 대목에 나온다. 고구려의 상징적 문양 삼족오(三足烏)는 다리가 세 개인 까마귀로 태양의 새를 상징했고, 12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3가지 재난, 즉 삼재(三災)를 막기 위해 사람들은 머리가 셋인 매 ‘삼두매’ 그림을 문 앞에 붙여놓기도 했다고 한다. 아기도 삼신할머니에게 점지 받고, 해산 후 세 차례에 걸쳐 밥·미역국·물 세 그릇씩 삼신상에 차려놓고 기도한다.
천(天), 지(地), 인(人) 삼재(三才)를 의미하기도 한다. ‘도덕경’에서도 3은 심오한 의미를 지닌다. ‘일생이 이생삼 삼생만물(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이다. 1도 아니고 2도 아니고, 3에 이르러서야 만물이 생겨 나온다고 보았다. 민속음식도 간장·고추장·된장의 3장이 기본이며, 속담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3자가 빠지면 얘기가 안 될 정도다.
혼인도 셋째 딸은 보지도 않고 데려갔으며, 부모가 별세하면 3년간 시묘살이를 했다. 3이 두 번이나 들어 있는 삼짇날(음력 3월3일)은 머리카락을 땅에 묻으면 쑥쑥 자랄 만큼 세상의 모든 것이 살아난다고 믿었을 정도다. 심마니들이 산삼을 발견했을 때 “심봤다!”를 3번 외친다.
서양도 숫자 3을 좋아한다. 기독교 신앙에는 성부·성자·성령의 3위일체가 있고, 예수 탄생에는 3명의 동방박사가 가져온 멜키오르(황금)·가스파르(유황)·발타사르(방부제 몰약)라는 3가지 선물이 등장한다. 알렉산더 뒤마의 소설 ‘3총사’엔 아토스·포르토스·아리마스 3인이 있고, 뉴턴·헤겔·프로이트 등 위대한 과학자들의 연구에는 늘 ‘3가지 법칙’이 존재한다. ‘3 ’은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완벽함을 뜻하는 숫자로 인식됐다. 시행착오와 오류를 거쳐 완전해지는 것을 상징한다. 흔히 말하는 ‘삼 세판’이다.
중앙대 김종대 민속학과 교수는 “옛날 사람들은 숫자 1과 2를 더한 3은 남자(1)와 여자(2)가 결혼해 아기(3)을 낳는 것처럼 생명의 탄생을 뜻하는 완전한 숫자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숫자 3에 관한 많은 설화나 주장들이 한 세상 살아가는 데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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