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복무기본법안

군대는 위계질서가 조직의 생명이다. 위계질서가 문란한 군대는 한마디로 X판이다. 군 본연의 지휘 통솔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기합은 지휘 통솔 확립을 촉구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국어대사전은 기합을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정신을 신체에 나타내어 어떤 일을 하는 기세. 군대 등에서 잘못한 사람을 단련시키는 뜻으로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고통을 주어 응징하는 일’이라고 했다. 군대에서 구타·가혹행위·욕설 등을 법으로 금지한다고 한다. 이를 어기면 군 형법 등에 따라 처벌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마련한 ‘군인복무기본법(안)’에 이렇게 돼있다. 법안은 얼마전 국무회의를 거쳤다. 올 정기국회에 상정시킬 것이라고 한다.

‘신사군대’ 만드는 취지인 것 같으나 다중의 여러 인격체가 모여 있는 곳이 군대다. 다중의 인격체를 일사불란하게 통솔하기 위해서는 ‘정신을 신체에 나타내어 어떤 일을 하는 기세’ 즉 기합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 기합이 빠지면 ‘잘못한 사람을 단련시키는 뜻으로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고통을 주어 응징하는 일’ 즉 기합을 가해야 된다.

기합에는 발로 차기도하는 구타, 얼차려 같은 가혹행위, ‘야! 임마!!’하는 욕설 등이 있다. 그런데 못하게 한다고 한다. 물론 린치나 인성을 모독하는 행위는 기합과 구별되는 것으로 이런 것은 ‘군인복무기본법(안)’이 없어도 못하게하고 지금도 처벌하고 있다.

더욱 알 수 없는 것은 어느 수위를 구타·가혹행위·욕설로 보아 금지시키느냐는 것이다. 이를 일일이 예시하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만약 가볍게 몇대 때리는 것도 구타로 보고, 연병장 토끼뜀질 시키는 것도 가혹행위로 보고, X새끼 하는 것도 욕설로 보고 처벌한다면 하극상의 나사빠진 군대가 되어도 속수무책이다.

6·25 한국전쟁 땐 분대장까지 즉결처분권을 주어 명령에 불복종하면 그 자리서 총살하도록 했다. 지금은 전시가 아닌 평시이긴 해도 군 복무는 자신의 목숨을 나라에 내놓고하는 국방의 의무 이행이다. 특수 조직의 군 특수성을 무시하는 ‘군복무기본법(안)’이 ‘신사군대’가 아닌 ‘약체군대’로 만드는 게 아닌가 싶어 입법 과정에서 철저한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엔 장관들을 비롯하여 군대에 안간 사람들이 많다더니, 이도 뭘 모르는 책상머리 궁리 끝에 나온 게 아닌지 모르겠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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