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골 키퍼는 고독하다. 일반적으로 골 키퍼의 선방보다는 골이 작렬하는 공격적 게임을 좋아하는 것이 관중의 심리다. 물론 어느 한 쪽 팀의 입장에서 관전할 땐 다르지만, 보편적으로는 골이 터지지 않는 게임은 지루하게 여긴다. 반대로 골이 많이 터지는 게임은 스탠드에선 열광하지만 골을 먹는 골 키퍼는 말이 아니다. 마치 자신이 잘못해서 골을 먹는 것 같은 처지가 되기도 하는 것이 골 키퍼인 것이다.
골 키퍼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헤딩이다. 헤딩은 순발력이 높기도 하지만 골 문으로 들어오는 각도를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상대의 슛 볼이 수비수 몸에 맞고 들어오는 것도 역시 각도가 갑자기 달라져 골 키퍼를 애먹이곤 한다.
문전 혼전으로 상대의 슛 동작이 수비수 몸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도 골 키퍼를 당황케 한다. 슛 동작으로 볼이 뜨는 것을 골 키퍼가 보면 각도를 잡아 볼을 낚아채는 확률이 높다. 그러나 볼이 땅에서 뜨는 것을 못본 채 갑자기 날아들 땐 거의 속수무책이다.
상대팀의 공격수가 단독 드리볼 해올 땐 눈 싸움이다. 골 키퍼가 전진 수비로 각을 좁히면서 상대를 뚫어져라고 응시하는 것이다. 이 때 상대 공격수가 골 키퍼와 시선을 스치면서 때린 슛은 대개는 골 키퍼 앞으로 볼을 안겨준다. 그러니까 공격수의 입장에서는 골 키퍼를 안 보고 숙련된 감각으로 슛하는 것이 득점의 요령이다.
승부차기는 완전히 골 키퍼 판이다. 차는 선수의 심리적 부담도 크지만 막는 선수의 심리적 부담 또한 크다. 차는 사람은 돌아가며 차지만 막는 것은 골 키퍼 혼자 도맡는다. 페널티킥은 기세, 즉 눈 싸움이다. 스포츠과학은 페널티킥의 성공률을 86%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골 키퍼는 눈 싸움에서 상대에게 14%의 실패율을 유발해 낸다. 유명 선수도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예가 적잖다.
2007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턱걸이로 간신히 오른 8강전서 승부차기로 이란을 제치고 4강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25일 저녁에 가진 난적 이란과의 경기를 연장전까지 가는 120분동안 0-0으로 득점없이 비겨 승부차기로 들어가 4-2로 눌렀다. 골 키퍼 이운재 선수가 이란의 두 선수 볼을 막아낸 것이다. 승부차기에 강한 그의 눈 싸움 기세는 노련함과 침착성이 축적된 풍부한 경험적 기량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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