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내에 물이주니 / 천렵(川獵)을 하여보세 / 해길고 잔풍(殘風)하니 / 오늘놀이 잘되겠다 / 벽계수 백사장을 / 굽이굽이 찾아가니 / 수단화(水丹花) 늦은 꽃은 / 봄빛이 남았구나 / 촉고를 둘러치고 / 은린옥척(銀鱗玉尺) 후려내어 / 반석(磐石)에 노구 걸고 / 솟구쳐 끓여내니 / 팔진미(八珍味) 오후청(五候鯖)을 이 맛과 바꿀소냐.”
정학유(丁學游)의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4월령(四月令)’에 나오는 천렵 송가(頌歌)다. 냇물에서 고기를 잡으며 즐기는 놀이, 천렵은 봄부터 가을까지 하지만 주로 여름철에 더 많이 한다. 주로 남자들이 즐겨 한다.
냇물이나 강가에 그물을 치고 고기를 잡으며 헤엄도 치고, 또 잡은 고기는 솥을 걸고 천렵국(매운탕)을 끓여 먹으며 하루를 즐기는데 때로 농악이 따르기도 한다. 천렵을 할 때는 바람이 조금씩 불어야 고기가 잘 잡힌다고 한다.
원래 천렵은 고대 수렵사회(水獵社會)와 어렵(魚獵)사회의 습속이 오늘에 남아 풍습화된 것으로 오늘날 천렵은 더위를 피하거나 여가를 즐기는 놀이문화가 됐다. 천렵의 진가는 잡은 고기로 냇가의 나무그늘에서 매운탕을 끓여 먹을 때 나온다. 매운탕은 물고기를 주재료로 하여 고춧가루 또는 고추장으로 아주 맵게 조미해야 제 맛이 난다. 매운 맛은 고춧가루·후춧가루 등이 주도하고 고추장은 조미료의 역할을 하는데 그 비율은 정해져 있지 않고 자유롭게 배합한다.
물고기를 토막쳐서 넣고 내장 중에서 먹을 수 있는 것과 머리를 넣고 푹 끓인다. 부재료로는 무·두부·파 등을 넣고 양념으론 다진 파·마늘·생강·고춧가루를 알맞게 넣고 고추장으로 맛을 조절하여 끓인다. 민물고기 매운탕 맛은 메기·쏘가리·황쏘가리를 제일로 친다. 민물고기 매운탕은 푹 끓일수록 맛이 좋다. 처음 끓일 땐 국물이 담백하지만 끓이면 끓일수록 국물이 진해지면서 걸죽하게 돼 제맛이 난다. 후춧가루와 생강을 다져 넣어야만 비린내가 가시고 간도 간장 대신 소금으로 맞추어야 맛이 한결 돋우어 진다.
중복(中伏)인 그제 저녁 경기일보 본사 옥상에서 매운탕 파티가 열렸다. 경기일보 낚시동우회가 전국의 청정수역에서 근 한달동안 잡은 고기로 옥상에서 직접 끓인 매운탕을 먹으며 임·직원 모두가 화목한 분위기에 흠뻑 빠졌다. 수제비와 국수를 넣어 냇가에서 먹는 천렵국처럼 아주 맛이 좋았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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