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16일은 일본에서 원자력 발전 안전신화(安全神話)가 무너진 날이었다. 니가타현에 강진(규모 6.8)이 일어나 가시와자키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을 포함한 냉각수가 바다로 누출됐다. 다른 원자로의 변압기에선 화재까지 발생했다. 수 많은 사상자도 생겼다.
지진의 영향으로 원전의 방사능이 누출된 것은 처음이다. 내진(耐震) 설계에 관한 한 세계 최고라는 일본 원전에서 방사능이 누출됐다는 사실은 결코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1.2t의 냉각수가 누출됐다는 것은 원전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는 의미다. 다른 시설과 기계장치에 이상이 없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이번에는 설계보다 두 배 이상 강한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이론적으로 완벽한 안전 기준을 갖춘다 해도 실제 안전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원전은 최근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무공해 에너지원으로서의 가치가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사고에서 보듯 원전이 값싸고 질 좋은 클린 에너지가 되기 위한 지상의 과제는 역시 안전성 확보일 수밖에 없다. 일본만큼 심하진 않다고 하지만 원자력 발전소가 모여 있는 경주 월성 부근은 역사적으로 지진이 많이 일어난 곳이고 지금도 활성단층이 존재하고 있다. 언제든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곳이다. 한국 역시 지진의 안전지대가 절대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은 고리·울진·영광·월성 등에서 모두 20기(설비용량 1천771만6천㎾)의 원전을 가동 중이며 전력 소비량 40%를 담당하는 세계 6위 원전 강국인 만큼 일본의 재난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 지진과 원전의 함수관계를 미리 짚어 봐야 한다.
2005년부터 신고리 1, 2호기를 건설 중이며, 신월성 1, 2호기는 5월31일 건설허가를 받았다. 국내 원전은 리히터 규모 6.5, 최대 지반 가속도 0.2g(1g=980gal)까지 견디도록 내진 설계되고 있지만 최대 잠재지진 규모 등을 더 높이 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잦은 만큼 원자력 당국은 국내 안전 상황을 재점검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 수준이 높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달 수명을 다하고 가동을 중단한 고리 1호기의 경우 그동안 특별한 사고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정부가 계속 사용을 주장하는 건 안심할 수 없다. 재가동엔 신중을 기해야 한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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