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위안부’ 결의

‘큰네’와 ‘작네’는 쌍둥이 자매였다. 상급학교 진학이 보편화되지 못했던 그 무렵엔 초등학교를 나온 자매는 집안일을 돕고 있었다. ‘큰네’는 열일곱살에 시집갔다. 일본군의 위안부 동원 바람에 조혼 풍습이 있었던 것이다. 젊은 여성일지라도 유부녀는 위안부 동원에서 제외했던 것은 그나마 일제가 차린 최소한의 염치였다. 그 대신 남정네들을 징용으로 끌어갔다.

‘작네’가 위안부로 끌려간 것은 ‘큰네’가 시집간지 얼마 안돼서다. 초저녁 어둠속에 ‘도라쿠’(트럭)에 실린 채 울며불며 “어머니! 어머니!!”하는 외침소릴 남기고 떠난 ‘작네’를 두고 동네 아낙들은 ‘데이신다이’(정신대·挺身隊)에 끌려갔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미 하원이 지난달 30일 일제의 위안부 강제동원과 관련, 일본 정부의 공식적이고 분명한 시인 및 사과와 역사적 책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일본의 국회의원들이 워싱턴포스트에 강제동원이 아니라는 거짓 광고를 내는 등 저지를 위해 여러 방면으로 벌인 로비에도 불구하고 표결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이다.

랜토스 미하원 외교위원장은 지지 발언에서 “역사를 왜곡, 부인하고 희생자들을 탓하는 일본내 일부 인사들의 기도는 구역질 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결의안을 발의한 마이클 혼다 의원이 일본계 3세인 것은 시사하는 의미가 있다. 혼다 의원은 “하원 동아태소위에서 증언에 나섰던 이용수 할머니 등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미 하원의 결의안 채택은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미국이 개입되지 않은 일에 문제를 들고 나온 건 이례적인 것으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일본을 압박하는 영향력이 적잖을 것이다.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명예 회복과 정의 실현을 향한 희망을 안겨주었다”는 것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측의 환영 논평이다. “어떤 나라도 과거를 무시할 수 없다. 종군 위안부들이 강압없이 자발적으로 매춘행위를 했다는 일본측의 주장은 강간이란 단어의 의미를 모르는 강변이다”라고 한 랜토스 위원장의 말을 일본 정부는 부끄럽게 알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때, 그러고나서 ‘작네’가 남양(열대지방)의 어느 섬에 있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뒷소식은 끝내 듣지 못했다. 그녀는 아홉살이 더 많다. “누님”이라고 부르며 따랐던 날 동생처럼 잘 대해주었던 ‘작네’가 생각난다./ 임양은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