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토론회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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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 26일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 8명이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립대에서 90분간 가진 첫 공개토론회는 후보들의 단합대회와 같았다. 민주당 후보 중 1·2위를 다투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뉴욕)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일리노이)은 서로 후보를 퍼스트 네임(first name)으로 불렀고, 후보들은 상대를 공격하기보다는 ‘칭찬’하는 등 ‘탐색전’으로 일관했다.

사회를 맡은 NBC 방송의 앵커 브라이언 윌리엄스가 “당신들 외에 누가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를 이길 것 같느냐”고 묻자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델라웨어)은 “여기 많은 승자들이 있다”고 답했고, 오바마의 이라크 정책을 비판하라는 주문을 받은 힐러리는 “오바마가 말한 것이 옳다고 본다”고 답했다.

데니스 쿠치니치 하원의원(오하이오)이 낙태권한을 옹호하자, 크리스 도드 상원의원(코네티컷)은 “데니스의 말은 매우 중요하다”고 맞장구쳤다. 이들 후보들은 남을 공격하기보다, 자기 ‘결점’을 옹호하는 데 애썼다.

에드워즈는 자신의 선거자금에서 400달러짜리 이발요금을 낸 것과 관련, “어렸을 때 가족이 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아버지가 돈을 못 냈던 기억을 잊었다”고 사과했다. 평소 말이 길기로 유명한 바이든은 “세계를 이끌 준비가 됐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간단히 “예스”라고 만 답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집에 총을 가져본 사람은 손을 들라”는 질문엔 힐러리, 오바마, 에드워즈가 총이 없다고 밝혔다.

후보들의 유일한 공격 타깃은 이라크전쟁을 이끈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었다. 이들은 부시 대통령에게 이날 상·하원을 통과한 이라크 전비(戰費) 법안에 서명할 것을 촉구했다. 오바마는 “우리는 이 전쟁을 끝내는 데 단 한 개의 서명만 남았다”면서 부시 대통령을 압박했다. 그러나 데이나 페리노 백악관 부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요즘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를 보고 있자니까 조선일보 최우석 워싱턴 특파원이 전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합동토론회 광경이 떠오른다.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의 상호 공격, 비방은 상식 이하의 행태여서 섬뜩하기까지 하다. 원희룡·홍준표 후보가 한결 돋보이는 이유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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