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의회 연봉 인상안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기자페이지

서울 강남구의회가 마련한 연봉(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 인상 방안은 전국의 다른 지자체 의회들이 따라서 할 것 같아 우선 걱정이 된다. 기가 막힐 지경이란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모양이다. 강남구 의정비심사위원회가 연간 보수를 6천96만원으로 잠정 결정했다니 제정신들이 아닌 게 분명하다. 현재의 연봉이 2천720만원임을 감안할 때 해도 너무 하는 인상이다. 온갖 핑계를 대가며 지방의원의 유급화를 관철시킨지 불과 1년이 지났을 뿐이다.

아무리 후안무치, 아니 세상 물정을 모른다 하더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대다수 국민들이 일자리 부족과 물가 평균 상승률에 못미치는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정치감각도 ‘제로’다.

강남구 의원들이 받고자 하는 연봉은 올해 전국 시·도의원 평균 연봉 4천680만원, 서울시 구의원 평균 연봉 3천300만원을 엄청나게 웃도는 금액이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은 의정활동비 한도를 월 150만원으로 제한하고 대신 월정수당은 자율에 맡기고 있다. 지방의원들로서는 월정수당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게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활동 경비 명목의 의정비는 월 110만원으로 그대로 두고 급여 성격인 월정수당을 117만원에서 398만원으로 무려 3.4배나 올리기로 했다. 유급제 취지에 따른 연봉 현실화라 할지라도 정도를 넘어도 너무 넘어섰다. 혹시 부자자치구라고 하여 펑펑 써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보통 큰일이 아니다. 경제상황도 좋지 않고 강남구의 경우 공동세 도입으로 구세의 상당부분이 줄어들 게 됐는데 구의원들이 자기들 잇속만 차린다는 주민들의 지적을 아직 듣지 못했나보다. 서슬퍼런 주민소환제가 시행되고 있음을 모르는 것 같다.

강남구의회는 곧 조례를 개정해 의원들의 겸직 조항을 없애고 연봉인상에 걸맞게 의정활동에 전념케 하겠단다. 그렇다면 이제까진 연봉이 적어서 의정활동에 태만했다는 얘기가 된다. 겸직 금지를 의결해낼지도 의문이다. 물론 강남구의원 연봉 인상안은 오는 10월 최종 결정된다. 구의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다곤 하지만 만일 인상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전국 광역·기초의회에도 영향이 미친다. 그러잖아도 국민 사이에서 기초의회를 없애자는 얘기가 나오는 판국인데 철없는 인상안을 만들어 여론만 악화시켰다. 괜히 큰코 다치지 말고 강남구의회는 월정수당 인상안을 즉시 철회해야 된다. / 임병호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