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우리 사회엔 소위 ‘평론가’가 꽤 많다. 누가 평론가로 인정해 주었는지 각 분야마다 거의 평론가가 존재한다. 예전엔 문인과 문학평론가의 논쟁이 가끔 일어나 보기 좋은 싸움 구경을 시켜준 적이 많았다. 예컨대 A시인의 작품을 B 평론가가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악평을 하면, A 시인이 즉각 반론을 제기한다. B 평론가의 재평이 또 활자화된다. 이렇게 시작된 논쟁은 A 시인이 “그렇다면 (B 평론가가) 詩를 써서 발표하라. 그럼 내가 평론하겠다”는 식으로 전개된다. 승부가 날 리 없다.

지난 9일 한 TV 토론회에 출연한 대중문화평론가 진중권씨가 “(심형래 감독의) ‘디워(D-WAR)’는 영화의 완성도에서 크게 떨어지는 작품이기 때문에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면서 “평론가가 (팬들 때문에) 비판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이날 진씨는 “영화는 형편없는데 애국심 등 외적인 요소들이 현상을 이끌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엉망진창’ ‘꼭지가 돈다’ ‘개판’ 등의 원색적인 발언을 해 논란이 되었다. 네티즌들이 즉각 “당신들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해서 모든 게 애국심이고 동정심이냐” “애국심이라는 한마디로 영화를 본 400만명이 바보가 됐다”며 진씨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일부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팬들도 있지만 부분을 전체인 양 해석하는 자체가 더 잘못된 것”이란 ‘디워 팬카페’의 공식입장도 나왔다.

그러나 영화 ‘디워’는 개봉 14일 만에 전국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600만명을 넘은 첫 영화로 기록됐다. 한 주 앞서 개봉한 ‘화려한 휴가’의 관객수도 앞지른 상태다. 평론가가 아니라 일반 관객이 담론 생산자로 떠올라 우월한 힘을 형성하는 시기가 됐기 때문이다. 평론가들이 ‘디워’를 혹평하자 영화를 즐길만 하다고 생각한 대중들이 폭발한 현상이다. 미학과 재미라는 서로 다른 가치를 인정하고 영화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모두(冒頭)에서 말한 문학의 경우, 훌륭한 최종 평론가는 독자다. 같은 미술작품도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평론이 다를 수 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물론 비평을 막을 순 없다. “영화가 형편없다”는 평론가들에게 심형래 감독이 “그렇다면 직접 영화를 한번 만들어 봐라. 내가 평론하겠다”고 하면 어떤 답변이 나올 지 궁금하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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