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은 약 5천년전 중국 북부를 거쳐 한반도에 정착, 농경과 수렵 및 어업으로 집단생활을 시작한 우리 민족을 한족(韓族)으로 분류한다. 인종별로는 퉁구스계몽골족으로 중국 북부·만주·시베리아·한반도 등지의 민족이 이에 해당된다. 언어로는 알타이어족에 속한다. 알타이산맥은 중국 신강성에서 러시아와 외몽고를 겹치는 2천여㎞의 산맥이다. 이 산맥의 동쪽 어군(語群)이 알타이어족이다. 한국·몽골·만주·일본·터키어 등이다.
남만주를 비롯한 함경도의 두만강 지역은 역사적으로 분쟁의 지역이다. 거란족은 10세기초 야율아보기가 부족을 통일, 그 아들이 열하를 중심으로 요(遼)나라를 세우고, 여진족은 12세기초 아골타가 동만주에서 금(金)나라를 세웠다. 이러한 거란족과 여진족이 흥망성쇠를 거듭하면서 유민들은 고구려·고려·조선조에 대항하기도 하고 귀화하기도 했다. 조선 세종조에선 함경도 북변을 중심으로 여진족에 대한 육진개척이 있었다. 이외에 또 말갈족이 있다. 만주 동북부를 무대로 한 이들은 숙신·읍루·물길 등 부족국가를 형성하였다가 고구려 백성이 됐다.
한반도의 북부지역은 이래서 한족(韓族)만이 아닌 말갈·여진·거란족의 혈통이 섞였다. 이만이 아니다. 고려에서는 수 십년에 걸쳐 몽골 침입에 대적한 항몽전쟁이 있었고 조선시대엔 임진왜란의 칠년전쟁을 치렀다.
백의(白衣)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은 관념상의 정의(定義)에 불과하다. 순수혈통주의를 내세우기가 어렵다. 그래도 말갈·여진·거란족이나 몽골·일본족 등은 같은 퉁구스계몽골족이다. 한국 남성과 결혼 이민한 외국인 여성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베트남이나 필리핀을 비롯해서 서구 등 비퉁구스계몽골족이 허다하다. 이들 부부의 자녀로 많은 혼혈아가 태어나고 있다. 혼혈아는 이미 주한미군인 사이에 적잖게 태어났고 또 일찍이 한국인 남성이 월남에 가서 낳은 ‘라이 따이한’ 등이 있다. 여기에 이젠 본격적인 결혼 이민이 겹쳐 혼혈아가 보편화해 간다.
관념적이었긴 해도 단일민족 백의문화가 무너져 다인종 다문화사회로 가고 있다. 민족을 말하면 소외되는 이민족 국민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 “민족을 위한다”기 보다는 “국민을 위한다”고 해야 할 때가 됐다. 국수주의적 순수혈통주의는 이제 의미를 다 했다.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가 한국 사회의 단일민족 개념의 극복을 권고해왔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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