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제멋대로다. 금방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다가 그치고는 뙤약볕이 쨍쨍거리곤 한다. 그리고 또 소낙비가 내린다. 같은 한 도시에서도 비가 내리는 곳이 있고 안 내리는 곳이 있다.
‘여름 소낙비는 논두렁 사이 하나로 다르다’란 말은 있다. 같은 들판의 논 가운데도 논두렁을 경계로 비가 내리고 안 내리고 할만큼 여름철 소낙비는 변덕스럽다는 것이다. 그런 말이 있었긴 해도 이즈음 들어 더 실감하는 것은 날씨 변덕이 그야말로 죽끓듯이 해 갈수록 종잡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여름철 비가 열대지방의 ‘스콜’을 닮아간다. 소낙비만이 아니다. 게릴라성 집중호우, 이도 천둥 번개를 예사로 동반하는 것이 영락없는 ‘스콜’을 방불케 한다. 한반도의 아열대화설이 제기되고 있다.
올 여름 해수욕장은 신바람이 났다. 여느 해는 8월20일이 지나면 해수욕장도 파장이다. 대자연은 실로 오묘하다. 전날까지도 해수욕이 가능했던 바닷물이 20일이 지나면 하룻밤새에 그만 차가워진다. 한류, 난류의 조류가 교차하기 때문인 것이다. 동해·서해·남해 할 것 없이 해수욕장이 거의 다 이래왔다. 그런데 올핸 아직도 성업중이다. 아마 오는 9월1일 주말에도 해수욕이 가능할 것이다. 이도 한반도의 아열대화설을 뒷받침하는 것인지 모른다.
절후가 입추(8일) 처서(23일)를 지나 백로(9월8일)를 앞두고 있다. ‘처서에 비오면 곳간이 빈다’는 옛말은 결실의 계절에 비가 오면 해롭다는 뜻이다. 약 한달 남은 추석을 앞두고 오곡백과가 익어간다. 열매의 성숙을 위해선 햇볕이 쨍쨍거려야 한다.
열대야를 벗어나지 못하게하는 노염이 기승이다. 밤낮으로 더운 게 짜증스럽기도 하지만 오곡백과가 무르익기 위해서는 더워야 한다. 비가 잦은 게 좋진 않아도 비가 온 끝에 뙤약볕이 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한반도의 아열대화설은 기상 이변이다. 지구의 온난화 탓이다. 지구의 온난화는 먼 후에 언젠간 마침내 지구를 얼어붙게하는 동토화를 가져온다는 것이 학계의 통설이다. 이래서 온난화의 주범인 석유의 대체 에너지 개발이 현안의 과제가 되고 있다. 변덕스런 여름 날씨를 보내다보니 올 해도 얼마 안 남아 새삼 달력을 들춰보게 된다. 참 빠른 게 세월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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