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후보 시절 직접 기타를 치며 양희은의 ‘상록수’를 불렀던 노무현 대통령의 애창곡은 ‘울고 넘는 박달재’였다. 2004년 10월 충북 제천서 열린 한 행사에서 충청지역 민심을 의식한 듯 “내 십팔번은 울고 넘는 박달재”라고 말했다. 그러자 일부 언론에서 ‘애창곡’이라는 좋은 말을 놔두고 일본 전통극 가부키에서 유래된 ‘십팔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한때 ‘작은 연인들’을 애창곡이라고 소개한 적도 있어 즐겨부르는 노래가 ‘그때 그때 달라요’임을 보여준다. 하긴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한 곡만 계속 부르는 건 듣는 사람들의 귀를 지겹게 한다.
이해찬 전 총리는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처럼 노래를 즐겨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정확히 표현하면 ‘즐겨부르지 않는 게 아니라 아예 노래를 멀리 한다’이다. 이 전 총리를 10년 넘게 보좌해 온 측근들 조차 “노래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나훈아의 ‘무시로’를 부른다고 한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젊은 그대’를 잘 불렀지만 가끔 최신곡을 불러 주위 사람들을 놀래킨 적이 여러번 있었다. 대표시절엔 미니홈피 개통 1주년을 맞아 지지자들과 남산을 찾은 자리에서 당시 인기 트리오 ‘거북이’의 최신유행곡 ‘빙고’를 불렀는가 하면 은지원의 노래 ‘나우’, ‘만취’ 등도 잘 불렀다. 비교적 최신 유행곡에 강한 편이다.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원의 애창곡은 팝송 ‘마이 웨이’다. 예전 당의장 경선에서 예선 탈락한 뒤 마이 웨이를 부르는 모습이 담긴 자신의 동영상을 지지자들에게 그룹 메일로 발송했다. ‘천신정’ 트리오에서 벗어나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강렬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됐다. 신 의원은 자신이 직접 작사하고 가수인 친형이 부른 ‘당신의 미소’를 소개하며 음악적 재능을 과시하기도 했다.
추미애 전 의원은 얼마 전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한 TV와의 인터뷰에서 “애창곡이 무엇”이냐고 묻자 ‘남행열차’라고 답했다. 대담자의 요청에 ‘추다르크’답게 ‘남행열차’를 한 소절 불렀다. 대선 후보 경선 때 노래솜씨를 겨루는 것도 아닐텐데 좀 짖궂어 보였다. 대선 후보 경선 대상자들이 노래방에서 노래 연습을 한다는 게 헛소문 만은 아닌 모양이다. 코메디, 코메디언이 따로 없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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