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아기들의 돌날 돌상에 ‘돌잡이’로 돈, 쌀, 연필 등을 올려 놨다. 돌맞이 아기가 쌀을 먼저 집으면 ‘식복은 타고 났다’고 좋아했고, 연필을 집으면 ‘공부 잘하겠다‘고 점쳤다. 돈을 집으면 ‘부자가 될 게 분명하다’고 흥겨워했다. 그런데 요즘 돌상엔 쌀, 연필, 실이 없어지고 청진기(의사), 마이크(연예인, 아나운서 등), 골프공 등 스포츠용품(스포츠 스타), 칫솔(치과의사), 마카 펜(교수), 외제차 키 등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한때는 신용카드도 돌상에 올랐으나 신용불량자 등의 부정적인 의미가 강해져서 없어졌다. 돌상도 호화로워졌다. 떡, 과일 등이 올라가는 것은 비슷하다. 그러나 돌상 한가운데엔 3단 케이크를 놓고 돌상 주변에는 화려한 풍선장식과 인형, 장난감으로 장식한다. 뒷편엔 아이 이름을 쓴 현수막을 걸고 아이의 동영상을 상영한다. 부모 취향에 따라선 아예 전통 상차림을 배제하고 선물꾸러미, 꽃바구니, 촛불을 올리기도 한다. 하객 답례품으로 떡 상자 돌리는 것도 구식이 됐다. 머그잔, 그릇세트, 산세베리아 화분 등으로 바뀌었다.
영아 사망률이 높던 시절 어린 아이가 성장과정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것을 축하하기 위해 벌이던 돌잔치가 이젠 ‘돈잔치’가 돼 간다. “그랜드볼룸급에서 하객 300여명 정도 참석하는 돌잔치의 경우 장소와 식사에만 3천만원 쓰는 고객들이 많다”는 호텔 연회부 관계자의 말은 아닌 게 아니라 신문에 날 만한 얘기다. 인기 있는 돌잔치 장소의 경우 아이가 태어나자 마자 예약하지 않으면 빌릴 수 없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주말 저녁 등 좋은 시간대에 인기 있는 방을 원하면 1년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한다. 호화 돌잔치는 비단 상류층만의 얘기가 아니다. 중산층 가정에서도 자녀의 돌잔치를 위해 300만~500만원을 쓰는 건 기본이다. 초등학교에서 돌사진을 가져오라는 숙제도 있어 학부모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기죽지 않으려면 돌잔치부터 제대로 챙겨야 된다”고 한다.
저출산도 호화 돌잔치의 원인이다. 둘째를 낳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최고로 치러주고 싶어한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업체에 일체를 맡기는 경향도 호화 돌잔치를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그러나 모든 부모가 그러는 건 아니다. 돌잔치 비용을 아껴 돌맞이 아이의 이름을 새긴 푯말을 걸어주는 묘묙이나 정원수를 심는 가정도 늘어난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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