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라고 다 꿀을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꿀벌과 벌이 따로 있다. 학계는 꿀벌이 인간에게 꿀을 제공한 것을 4천년 전으로 보고 있다. 그러니까 꿀벌은 원시시대부터 인간과 가까웠던 것 같다.
벌은 12만 종이 있다. 이 가운데 인간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게 말벌과 벌이다. 길이가 10~17㎜인 말벌과 벌은 독침을 쏜다. 검정말벌 노랑말벌 무늬말벌 등이 있다. 땅말벌도 있다. 땅벌이라고도 한다. 명절 밑에 성묘를 위한 벌초를 하다가 흔히 벌에 쏘이는 봉변을 당하는 것이 이 땅말벌 때문이다. 말벌은 같은 벌인 꿀벌도 해칠 정도로 성정이 포악하다.
부산에서 두살, 다섯살 짜리 손자를 데리고 산책나온 할머니가 아이들을 덮치는 말벌떼를 몸으로 막아 손자들은 구하고 자신은 숨졌다는 기사가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한다. 황급히 웃옷을 벗어 손자들을 감싼 할머니는 80여 군데나 말벌의 독침을 쏘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는 것이다. 야산도 아니고 시내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말벌떼의 기습을 받았다니, 할머니가 아니면 학교 어린이들이 말벌의 공격을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119구급대가 높이 18m의 나무에 지은 말벌집을 제거한 것을 보면 땅속에 집을 짓는 땅말벌은 아니다.
어머니의 자식 사랑도 사랑이지만 할머니의 손자 사랑은 또 다르게 대단하다. 그래서 애를 봐주기도 하지만 이게 예삿일이 아니다. 탈없이 잘 봐주면 본전이지만 만약 조그마한 상처라도 나게 다치면 봐준 공덕은 간곳없고 온통 허물만 뒤집어 쓴다. 원래 아이의 안전사고는 순식간에 나는 것이어서 신경을 여간 써도 다치는 수가 있는 것이다.
언젠가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손자를 봐주다가 다친 아이의 엄마가 시어머니를 손찌검하는 게 방영되어 말썽이 된 적이 있다. 드라마가 아닌 그런 몹쓸 며느리의 실화가 있다. 그도 명색이 교원의 신분을 가진 여성이어서 한동안 인근 아낙네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말벌떼에 쏘여 숨진 그 할머니도 만일 손자들만 공격을 받았다면 ‘하필 그런 곳에 왜 갔느냐’며 아들 며느리에게 원망을 듣게 됐을 것이다. 또 그걸 모르는 할머니도 아닐 것이다. “애들만이라도 살려달라!”고 외쳤다는 그 할머니의 손자 사랑은 아들 며느리에 대한 사랑의 내리 사랑인 것이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그걸 미처 알지 못한다./ 임양은 주필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