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리더십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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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현직 대통령들의 공과(功過)를 정치학자들은 대체적으로 비슷하게 평가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건국 강행, 전쟁 참화 속 안보 유지, 산업화 추진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으나, 권위주의적 독재자, 독선적 성격, 장기집권으로 국민통합을 저해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제 발전의 리더십, 역사적 현실에 투철, 한국 사회 대변동을 이뤄 냈으나, 유신 독재, 민주주의 발전 저해, 고도성장 정책의 폐해가 있었다. 최규하 전 대통령은 사심없는 공인, 청렴결백했으나 결단력 부족, 우유부단으로 신군부의 권력 장악을 막지 못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취약한 정통성 위기 극복, 경제 제일주의 전략으로 성과를 거두었으나 정치발전, 민주화의 시대적 과제에 부정적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일관성 있는 북방정책 추진, 정치 민주화의 진전이 있었으나 사회적 혼란과 위기 증폭, 부정적인 재산 축적, 이미지 정치를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부세력의 탈정치화 완수, 금융실명제 실시, 세계화 정책을 수립했으나 개혁의 제도화에 실패, 지역주의 지속, 외환관리 체제를 수용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 극복, 생산적 복지 추구, 햇볕정책과 남북 긴장완화에 기여했으나 측근과 자식의 부정부패, 허물어진 도덕적 리더십, 지역주의를 지속했다. 이들 중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은 현재에서 가능한 가치를 추구한 가장 지독한 현실주의자들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 특징은 “토플러리즘과 포퓰리즘의 모순적 공존”이라고 안병진 창원대 교수가 정의했었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의 이름에서 따온 ‘토플러리즘’은 미래 과제만 강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안 교수는 “노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미래 과제에 대한 강한 집착이다. 민의를 파악하고 실현 가능한 어젠다에 정치적 자본을 투자하지 않고 본인이 추구하는 미래적 과제만 공표하고 이에 동의할 것을 요구한다”며 “또 다른 특징은 기득권층과 자신의 대립각을 세우며 자신을 국민의 대변자로 위치 지우는 포퓰리즘적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성공한 대통령들은 국가적 위기 아래서 비전 제시 능력이 뛰어났다. 원만한 여야관계를 통해 정책의 법률화에 성공하고 지지층의 확대를 이룩했다.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은 ‘설득과 조정의 힘’이 가장 중요한 덕목임을 노무현 대통령은 명심해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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