後光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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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 가운덴 부모의 직업을 잇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 부터 젖은 분위기와 유전 때문이겠다. 이들 중 최민수·이덕화·김희라·전영록·독고영재·박준규·허준호 등 탤런트들은 고인이 된 아버지나 어머니가 당대를 풍미한 스타들이었지만 요즘은 현역으로 활동하는 연예인의 2세들이 부쩍 늘었다.

3인조 록 그룹 ‘미로밴드’ 리더 서동춘은 개그맨 서세원과 모델 서정희의 아들이고, 하정우는 김용건의 아들이다.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유명하니까 ‘당연히’ 덕을 볼 것이란 게 일반인들의 생각이지만 모두 그렇진 않다. 2세 연예인은 아무래도 출연 기회를 더 많이 얻을 순 있겠지만 그것으로 별처럼 ‘뜨는’ 건 아니다. 플러스 요인도 별로 되지 않는다.

가수 이루는 2005년 1집을 내고 활동할 당시만 해도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때도 ‘태진아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이미 공개된 상태였다. 하지만 이루는 지난해 비로소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태진아의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수록곡 ‘까만 안경’, ‘흰눈’ 등이 잇따라 히트했기 때문이었다. 데뷔하자마자 스타덤에 오른 2세 연예인은 극소수다. 오히려 많은 2세 연예인들이 오랜 무명시절을 거쳤다. 아예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거나 아직도 눈물 젖은 빵을 먹고 있는 이들도 상당수다.

탤런트 김을동의 아들 송일국은 ‘해신’ ‘주몽’ 등을 통해 톱스타로 우뚝 섰지만, 5년 넘는 무명시절을 거쳤다. ‘용서 받지 못한 자’ ‘포도나무를 베어라’ 등을 통해 연기파 신인으로 인정 받고 있는 서장원은 연기학원에서 아버지(서인석)의 유명세 때문에 동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3세 연기자로 기대를 모았던 이덕화의 딸 이지현도 1년 넘게 연기수업만 하고 있다.

부모가 연예계를 너무 잘 알아 ‘든든함’보단 오히려 부담을 느끼는 2세들도 많다. 장나라의 오빠이자 연기자인 장성원은 아버지(주호성)를 무서워 한다. 냉혹하리만큼 엄격한 부모의 평가 기준 역시 2세 연예인들을 힘들게 하는 요소다. 7년 만에 컴백한 가수 김혜림은 어머니(라애심)로부터 단 한번도 노래 실력을 인정 받지 못했는데 앨범을 내고서야 인정을 받았다고 감격해 한 적이 있었다. 아버지의 후광(後光)으로 금배지를 단 정치인들이 귀감으로 삼아야 할 얘기들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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