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시집> ‘추억 부르는 봄’ / 박광순 著

광주의 산천 배경 봄 노래

‘무갑산 넘어와/ 곤지암천에서 목욕하고/ 오수(午睡)에 빠졌다// 잠 깨우는 심술 바람/ 분홍꽃잎을 훔치고/ 자취를 감춘다.// (‘봄·13’ 중에서)’

경기시인협회 회원답게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자연을 배경으로 노래한 작품을 수록한 박광순 시인. 무갑산과 곤지암천 등은 광주에 위치한 산과 하천이다. 박 시인은 8번째 시집 ‘추억 부르는 봄’(도서출판 예사랑 刊·135쪽)을 내면서 봄을 향한 생각의 향유(享有)들을 가득 담아냈다.

자라나는 생명력이 충만해 더욱 빛나는 봄은 주변을 둘러싼 연한 푸르름처럼 새록새록 기분좋은 생각들이 머리 속에 떠오르도록 해준다. 봄이면 저절로 시인이 된다고 하지만 그는 이번 시집을 통해 ‘봄’이라는 제목으로 쓴 시만 20편이나 실었다. 전형적인 봄을 노래하는 들뜬 분위기의 우울한 봄, 과거를 회상한 봄 등 버전들도 다양하다. 밝은 시부터 현실적이다 못해 암울함을 담은 봄을 표현한 시까지 다양한 테마들도 재미있다.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본 봄이라는 소재를 통해 느낀 감성들이 시 한편 한편마다 절절하다.

이번 시집은 1부 꽃들의 귀향, 2부 겨울 이야기, 3부 봄, 4부 작은 섬 등 네 부분으로 나눠 출간됐다. 한 부분에 20여편의 시들을 수록해 전체 80여편이 실렸다. 봄을 담은 시들은 주로 3부에, 나머지 부분은 다양한 장소와 시간에서 경험한 시인의 시각들을 담고 있다. 도자기를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봄을 노래하던 어조와는 사뭇 다르게 심각한 어조로 힘을 주어 시를 읽어주는 시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 의식을 넘어/ 훨훨 화려한 날갯짓의 비상/ 흙의 숨결로 풍겨오는 향기/ 저리도록 가슴에 흐르는 혼// (‘도자기 축제’ 중에서)’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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