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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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권익 보호의 효시가 된 ‘동물학대방지법’은 영국이 1876년 제정했다. 1990년대 이후 광우병처럼 사람과 동물 모두 피해를 주는 전염병에 시달린 영국은 1996년 축산물 생산 과정에서 동물복지를 한층 강화한 동물복지법을 시행했다. 좁은 공간에서 축산물을 대량 생산하는 ‘공장형 농장’이 전염병을 일으키는 주요인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유럽연합(EU)도 동물복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2000년 일본과 함께 동물복지 기준을 포함한 국제교역협약을 제안했다. 동물복지 기준을 준수하는 농가에 별도의 보조금을 지급하자는 게 이 협약의 골자다. EU는 또 2009년부터 모든 가축 수송 차량에 위성추적장치를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했다. 수송 과정에서 가축에게 충분한 휴식을 제공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스위스의 경우 가축을 도살할 때 극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전기봉의 사용을 최소화하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미국도 도축장 안에서 가축을 옮길 때 가축이 걷는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운반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했다. 우리나라는 1991년 동물보호법을 제정했다. 최근 개정안이 통과돼 내년 1월부터 개정동물법이 시행돼 ‘반려동물(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은 관계 기관에 등록해야 한다.

복지(福祉)의 사전적 의미는 행복한 삶이다. 이 개념을 동물에 적용한 것이 ‘동물복지’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동물을 이용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동물의 기본적인 삶의 욕구를 인간이 충족시켜 줘야 한다는 게 동물복지다. 동물복지론자들은 동물복지의 철학적 기초를 영국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1748~1832)의 공리주의에서 찾는다. 벤담은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특별히 취급해야 할 이유가 없다. 동물도 인간과 다르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동물복지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대개 다섯 가지 자유를 통해 동물복지가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 즉 배고픔과 목마름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고통·상해·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 행동을 표현할 자유,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 등이다. 이탈리아 로마시가 2005년 동물권리법을 제정해 관상용 물고기에게 ‘둥근 어항에 살지 않을 권리’를 부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둥근 어항에서 사는 물고기는 계속 확대된 상(像)만 보게 돼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동물복지는 인간복지와 다른 게 없다. 머잖아 동물천국이 될 것 같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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