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내각의 붕괴를 보면서 두 가지가 생각된다. 하나는 아베 총리의 용퇴다. 참의원 선거 패배 이후에도 잇따른 각료 비리 등에 겹친 국정 파탄으로 국민의 지지율이 20%로 뚝 떨어졌다. 이에 아베는 책임을 지고 총리직 사퇴를 표명했다. 말로만 ‘총리직 못해먹겠다’고 하지않고 집권 자민당에 총재 선출을 요청한 것이다.
일본 같은 내각책임제를 하는 나라는 의석이 많은 집권당 총재가 국정 최고 책임자인 내각총리가 된다. 따라서 당총재 임기를 마치고도 다시 뽑히면 총리를 10년 이상도 할 수가 있다. 그런데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고이즈미 전 총리의 복귀 거절이다. 자민당은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한 오자와 민주당 대표를 견제키 위해서는 대중적 인기와 국정 장악력이 높은 고이즈미 같은 거물이 필요하다고 보고 총재직 재수락을 요구했으나 “더 이상 미련이 없다”는 말로 권좌 복귀를 사절했다. 대통령을 지내고도 미련이 남아 훈수정치를 일삼는 국내 어느 전직 대통령과는 무척 대조적이다.
일본 자민당은 그래서 한동안 아소 자민당 간사장을 후임으로 물망에 올려놨다. 아소는 4년전이던가, “일제치하의 조선인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원해서 한 것”이라는 망언을 한 사람이다. 한데, 자민당내의 아소 역풍이 분 것 같다. 아소 또한 아베의 측근으로 아베 내각 붕괴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후쿠다 전 관방장관이다. 후쿠다는 아소보다 비교적 온건한 사람이다. 이래 저래 복잡한 내부 사정으로 자민당은 총재 선거를 오는 23일로 늦추었다.
제2차대전 전후세대인 아베는 일본의 최연소 총리로 고이즈미에 이어 지난해 9월26일 취임했다. 후임 물망에 올랐던 아소와는 먼 인척관계다. 아베의 할아버지인 기시 전 총리의 사촌이 아소의 할아버지인 요시다 전 총리의 딸과 결혼한 사이다.
정치 명문가 출신의 아베는 ‘도련님 총리’로 불렸다. 정치는 역시 경륜이 필요한 것인지, ‘도련님 총리’는 총리 실무의 격랑을 넘기지 못했다. 패기삼아 화려하게 출범했던 아베 내각은 가까스로 겨우 1년을 채우는 불명예 퇴진을 앞두고 있다.
고이즈미 집권 5년동안 정치적 안정과 함께 경제적 불황터널을 탈출한 일본 자민당이 아베 들어 민심이반으로 허덕이는 것은 정치 지도자의 자질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보는 타산지석이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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