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중국의 명의 편작이 채(蔡)나라 환공에게 말했다. “임금님께선 병이 살갗에 들어 있습니다. 지금 고치지 않으면 장차 깊어질까 두렵습니다”라고 하자 환공은 “과인에겐 병이 없다”고 했다. 편작이 물러가자 “의원이랍시고 병도 안 난 것을 공을 세우려한다”고 비웃었다.
얼마후 환공을 본 편작은 다시 말했다. “임금님의 병은 피부와 살속에 와 있습니다. 지금 고치지 않으면 장차 더 깊어집니다”라고 하니 환공은 이번엔 대꾸도 하지 않았다. 얼마뒤 편작이 또 환공을 보게된 자리에서 환공은 편작을 나가도록 물리쳤다.
이에 편작은 탄식했다. “무릇 병이 살갗에 있을 땐 더운 물 찜질로 고칠 수 있고, 병이 살속에 있을 때에는 침질로 고칠 수 있으며, 장에 스몄을 땐 달인 약제로 고칠 수 있으나 병이 골수에 있게되면 명운을 맡는 신의 소관이어서 인간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거늘 지금 임금님의 병은 골수에 있으므로 참으로 안타깝도다”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또 얼마후 환공은 갑자기 신열이 돌아 급히 편작을 찾았으나 이미 자취를 감춘뒤였다. 환공은 뒤늦게 편작의 말을 깨닫고 백방으로 찾았으나 끝내 찾지못한 째 죽고 말았다.
이 고사는 ‘한비자’(韓非子) 유노(喩老)편에 나온다. 한비자는 이에 ‘천길의 둑도 개미구멍으로 말미암아 무너지고 백 척의 큰 집도 굴뚝 틈의 불똥으로 말미암아 타버린다’면서 환공의 우매함을 탓했다.
편작은 중국의 고대사에서 화타와 쌍벽을 이루는 신의다. 화타는 외과의로 명성을 떨쳤고, 편작은 내과의로 명성을 떨친 두 거봉이다. 먼 훗날 ‘동의보감’을 펴낸 조선조의 허준은 편작과 화타를 통틀어 계승한 신의였다.
그런데 세상 만사의 동티 역시 인간의 몸에 나는 병과 같아 살갗에 닿은 초기에 다스리지 않으면 골수까지 뻗치는 불치의 지경에 다다른다. 잘못된 정권으로 인하여 살갗을 지나 살속에 닿아 동티가 날 일들이 우리 주변에 지금 너무도 많아 걱정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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