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秋夕)’은 글자 그대로 달 밝은 가을밤이다. 연중 음력 8월 보름날의 달빛이 가장 좋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가위’, ‘중추절(仲秋節)’이라고도 부른다. 농경민족인 우리 선조들은 추석 때 쯤이면 봄부터 여름동안 정성들여 가꾼 곡식과 과일들을 수확하는 기쁨을 누렸다. 계절적으로도 살기에 가장 좋아 예로부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였다.
추석 명절의 대표적인 음식은 햅쌀과 햇곡식으로 빚은 송편이다. 송편은 한 해의 수확을 감사하며 조상의 차례상에 바치는 떡이다. 송편은 반달 모양이지만 송편 안에 소를 넣고 접기 전에는 온달 모양이다. 달의 생성→ 숙성→ 소멸 단계처럼 곡식도 생성되고 숙성되므로 송편을 달의 열매로 생각할 수 있다고 한다. 모양 내어 빚은 송편을 찔 때는 솔잎을 이용한다. 솔잎을 이용하는 건 떡에 솔잎의 향이 자욱하게 배어들도록 해 은은한 솔향기와 함께 가을 산의 정기를 한껏 받아 소나무처럼 건강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솔잎엔 공기 중의 미생물이나 세균을 죽이는 피톤사이드란 살균물질이 들어 있어 더위가 가시지 않은 음력 8월에 떡을 오랫 동안 부패하지 않고 신선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해준다.
송편의 종류와 모양은 지역별로 다양하다. 대개 북쪽 지방에서는 크게 만들고 남쪽 지방에선 작고 예쁘게 빚었다. 서울지역의 송편은 모시조개 모양으로 작고 앙증맞아 입에 쏙 들어가는 작은 크기로 빚는다. 강원도 지역에선 도토리송편, 감자송편을 많이 빚는다. 전라남도식 송편은 초승달처럼 갸름하다. 고흥 지방에선 푸른 모시잎으로 색을 낸 송편을 빚는데, 이 모시잎 송편은 빛깔이 푸르고 맛이 쌉쌀하며 쉽게 쉬지 않는다. 오미자, 치자, 송기, 쑥 등을 이용해 5색으로 빚은 꽃송편도 있다.
제주도 송편은 완두콩으로 소를 넣고 비행접시 모양으로 빚는다. 평안도 해안에선 조개가 많이 잡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개송편을 만들어 먹는다. 송편소로는 밤·풋콩·강낭콩·검은콩·깨·거피팥·붉은팥 등을 쓰는데 쑥을 섞어 만든 쑥송편, 칡가루를 넣어 만든 칡송편, 가을에 나는 호박을 썰어 말렸다가 가루로 만든 뒤 이를 섞어 빚은 호박송편도 있다. “송편을 예쁘게 빚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며 가족들이 오순도순 둘러 앉아 송편을 빚는 미풍양속은 참으로 정겹고 아름답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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