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삶의 질을 가장 떨어뜨리는 질병 중 하나가 ‘치매’다. 전 세계적으로 65세 이상 노인들의 10%, 80세 이상의 노인들 5명 중 1명이 치매로 고생하고 있을 만큼 흔한 병이다. 현재 세계인구 중 1천500만명 이상이 치매환자라고 한다. 치매는 아직까지 현대의학으로는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다.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의 경우엔 원인을 알 수 없으므로 특별한 치료법도 아직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모든 치매가 그런 것은 아니다. 여러가지 예방법이 있다.
화투 고스톱·바둑이 치매를 예방한다는 소문이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긴 아니다. 종합적인 지적능력을 요구하는 놀이는 치매예방에 좋은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치매 예방에는 바둑이나 고스톱보다 독서가 훨씬 낫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림 그리기도 효과가 크다. 노년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거나 빨래, 청소와 같은 단순 허드렛일을 하는 것도 치매의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 반면 하루 1시간 이상 독서를 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치매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치매 예방을 위해선 고스톱이나 바둑을 두는 것 보다는 독서를 하고 운동을 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술이 치매에 직접은 아니더라도 2차적 영향을 주는 건 확실하다. 술이 뇌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지 않은 적당한 음주라면 오히려 치매예방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한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대학 의과대학 크 브레텔 박사가 영국의 한 의학전문지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매일 1~3잔의 술을 마시는 사람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확률이 절반 가까이 낮다고 밝혔다. 하루 1잔에서 3잔의 술을 술을 마신 사람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 위험이 42% 낮았고, 1주일에 한잔 이상 마신 사람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이 2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하루 6잔 이상을 마시는 사람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치매 위험이 1.5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적당한 술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하루 6잔 이상이나 기억이 안 날 정도의 지나친 음주는 뇌 손상을 불러 알코올성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술잔의 크기와 술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애주가들에게 술 먹을 수 있는 핑게꺼리가 생겼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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