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와 건망증은 원인부터 다르다. 건망증은 기억이 일시적으로 잘 되지 않는 현상이다. 그러나 치매는 판단력과 통솔력은 물론 장소와 시간에 대한 전반적인 지적능력의 이상(異常)에서 온다. 작용하는 과정도 다르다. 건망증은 뇌의 신경회로가 좋지 않을 때 나타나지만 치매는 뇌 신경 조직 손상으로 일어난다. 치매는 나이가 들어 신경세포 파괴가 심해지면서 기억력과 판단력의 장애를 부르는 증상이다.
진행 과정이 다른 만큼 원인에도 차이가 있다. 현대인들의 건망증 원인 중 하나는 과다한 정보량이다. 또 특정한 주제나 일에 지나치게 신경을 많이 써도 건망증이 올 수 있다. 이 것은 뇌 손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이 많고 기억해야 할 약속도 많다보니 잊어버리고 혼동이 생긴다.
그러나 치매는 뇌세포가 외부충격으로 손상되거나 퇴행성 변화가 원인이다. 건망증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회복되지만 치매는 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기억회로의 이상은 ‘수리’가 가능하지만 회로를 구성하는 뇌세포의 손상은 복구가 어려운 것과 같은 원리다.
그런데 흡연이 치매를 예방한다는 설(說)이 있었다. 미국 역학잡지에서 보스턴과 메사추세츠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년에 40갑 이상을 피우는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서 노인성 치매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보고 결과가 나왔다고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의과대학이 발표했었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역학적인 것일 뿐 의학적으로 규명된 사실은 아니다. 치매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병이기 때문에 담배가 치매에 좋다, 나쁘다라고 잘라 말하긴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담배는 심장에 치명적이란 사실이다. 심장이 망가지면 피가 제대로 돌지 못해 뇌혈관에 악영향을 주어 뇌세포는 죽고 만다. 그렇게 되면 머리에 치매 증상이 오게 된다. 특히 담배는 심장이 약하거나 혈관계 질환이 있는 사람에겐 무서운 독이다. 그런 사람이 담배를 피우면 혈관이 좁아져 뇌경색증이 올 위험이 높아진다. 이것은 치매를 자초하는 일이다. 치매 환자가 늘어나면서 치매에 관한 여러 가지 근거 있는 혹은 근거 없는 학설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담배는 건강한 사람에게도 이로움보다는 해로움이 많다는 기호품이다. 하물며 치매에 좋을 리가 없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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