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미인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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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의 인물화가였던 채용신(1850 ~ 1941)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팔도미인도’에는 서울, 평양, 경남 진주, 전남 장성, 강원 강릉, 충북 청주, 전북 고창 등 8개 (한 작품은 판독 불능) 지역 미인과 기생 등 8명의 전신상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병풍엔 미인상이 실명으로 그려져 있는 데다 그동안 각 지역 미인의 얼굴 특징을 축적해 놓은 데이터베이스와도 잘 부합하는데 기방을 찾는 손님에게 보여 줄 목적으로 그린 것으로 추측된다. 이 그림의 존재는 알려져 있었으나 지금까지 인물의 특징에 대한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조선시대 팔도 미인의 구체적인 얼굴형과 특징을 처음으로 규명한 조용진 한서대 교수의 논문이 재밌다.

전통 미술과 해부학 지식을 바탕으로 30년 동안 한국인의 얼굴을 연구하고 복원해 온 미술학자 겸 얼굴학자인 조 교수는 병풍 속의 미인 8명 가운데 지역적 특성을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미인으로 평양(평양 기생 계월향·桂月香), 장성(장성 관기 지선·芝仙), 진주(진주 관기 산홍·山紅), 강릉(강릉 미인 일선·一善), 서울(한성 관기 낭랑)을 꼽고 특히 진주 미인이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림 속의 진주 미인은 이마가 낮고 가로로 넓으며 눈썹이 높게 붙어 눈두덩이 넓고, 눈 사이도 넓은 편이다. 미인의 기준이 주관적이긴 하지만 진주 미인은 중안(눈썹에서 코끝 사이)이 길어 기품 있는 인상을 준다. 또 턱 부분이 작고 인중(코와 윗입술 사이에 오목하게 골이 진 부분)이 짧아서 젊은 인상을 주는 등 현대적인 미인의 관점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를 갖고 있다.

평양 미인의 경우 고구마형 두상, 앞으로 튀어나온 광대뼈, 뾰족한 턱 등 조선시대 평양 여성의 일반적인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강릉 미인은 긴 얼굴과 높은 이마 덕분에 서글서글한 인상을 준다. 조 교수는 “조선시대엔 평양과 진주 여성을 미인으로 꼽았는데 평양 미인은 탤런트 최지우, 장성 미인은 송혜교와 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그래서 그런지 제14회 부산 하계아시안게임 때 남쪽에 내려왔던 북한 ‘미녀응원단’처럼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 내외를 환영하고 환송한 평양 여성들이 모두 아름답게 보였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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