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下老人

당나라 태종 이세민 치세에 위고라는 젊은 선비에게 혼담이 있었다. 상대는 지금의 하남성에 속하는 청하의 군주(郡主)딸이다. 그런데 혼담 때문에 새벽에 길을 가는데 웬 노인이 달빛아래서 책장을 뒤적이고 있는 것이었다. 이상히 여겨 물었더니 노인의 대답이 자신은 저승의 관리로 이승사람의 혼인 장부를 관리한다는 것이다.

젊은이는 괴이하게 여기면서도 자신의 혼담이 궁금해 성사여부를 물었다. 장부를 한참 뒤적거리던 노인은 “자네 배필은 따로 있다”면서 지금 세살이니까 열일곱살되면 젊은이에게 시집 오기로 돼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젊은이는 화가 났지만 참고, 그럼 배필이 될 아이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노인은 장터에서 채소를 파는 진씨 성을 가진 노파의 아이라고 일렀다. 날이 밝아 장터에 가보니 아닌게 아니라 아이를 안고 채소를 파는 노파가 있어 하인으로 하여금 아이를 죽이도록 했으나 칼이 빗나가 이마에 가벼운 상처만 입히고 말았다.

그 뒤 위고는 혼담이 있을 때마다 번번이 깨져 노총각이 된 지경에 비로소 기적처럼 성사된 혼사가 있게 됐다. 송성 현장(縣長)의 딸에게 장가를 드는데 신부의 나이는 방년 십칠세였다. 그런데 신부가 미간을 가리듯이 앞머리를 내리어 자세히 보니 약간의 흉터가 있어 들은 사연은 바로 자신의 소행이었던 것이다. 채소를 파는 노파는 유모였는데 유모가 죽고나서 현장의 수양딸이 됐던 것이다.

위고는 마침내 자초지종을 아내에게 고백하고 용서를 구했으며, 사위의 말을 들은 송성 현장은 위고가 노인을 만났던 곳을 ‘정혼점’(定婚店)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리고 후세 사람들은 달빛 아래서 만난 노인을 ‘월하노인’(月下老人)이라고 했는데 국어대사전은 이를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중국 당나라의 위고에게 달밤에 만난 노인이 장래의 아내에 대하여 예언해 주었다는 데서 부부의 인연을 맺어준다는 전설상의 노인’이라고 했다.

인간 살이의 만남 자체가 다 인연이다. 하물며 부부의 만남에 특별한 인연이 없을 수 없다. 인연중에서도 인연인 것이 부부의 만남인 것이다. 가을철 들면서 예식장마다 선남선녀의 혼례로 하객들이 붐비고 있다. 좋은 축복의 계절에 부부의 인연을 말하는 ‘월하노인’의 고사를 소개해봤다./임양은 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