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孟子)’에 나오는 얘기다. 중국 제(齊)나라에 어떤 남자가 있었다. 제나라는 지금 산둥(山東) 지역으로, 강태공이 무왕(武王)에게 땅을 분봉 받아 제후가 된 이후로 넓은 평야와 풍부한 수량으로 선진국 대열에 있는 나라였다. 제나라의 수도 임치는 수많은 인재들이 모이는 곳이며 자신의 능력에 따라 지위가 바뀌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도시였다.
제나라 남자는 밖에 나갔다가 귀가하기만 하면 아내에게 술과 고기를 실컷 먹고 들어왔다고 자랑을 늘어 놓았다. 집에선 고기를 전혀 먹지 않았다. 아내가 누구와 음식을 먹었느냐고 물으면 그저 돈 많고 귀한 사람과 함께 식사했다고 말할 뿐 구체적으로 이름을 대진 않았다. 그래서 아내는 그토록 존귀한 사람과 친하다고 하는 남편이 왜 평소에 한 번도 그런 사람을 데리고 집에 오지 않는가 하고 의아해하였다. 어느날 아내는 아침에 나가는 남편 뒤를 따라갔다. 집에서 나간 남편이 특별한 목적지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성문 밖 공동묘지에서 무덤에 제사를 지내는 사람에게 먹을 것을 구걸하는 것을 보았다. 아내는 남편이 매일 어떻게 외식을 했는지 드디어 알게 됐다. 집에 돌아 온 아내는 통곡을 했다. 남편이 자신의 자존심을 버리고 처절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대한 연민이었을까. 그토록 높은 사람과 좋은 음식을 먹는다고 자랑하던 남편이 비굴하게 사는 것에 대한 경멸이었을까.
맹자는 이 얘기를 제자에게 들려주며 말했다. “요즘 부귀와 성공을 추구하는 사람들 중에 그 자세한 내용을 알면 그 부인이 부끄러워 통곡하지 않는 자 드물 것이다!” 맹자는 성공과 출세를 위해 어떤 부끄러운 짓도 서슴지 않았던 당시 사회 풍토에 대한 비판으로 이 이야길 꺼냈다. 아울러 옳지 못하고 부끄러운 방법으로 부귀와 영달은 구하지 않겠다는 맹자의 인생관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였다.
오늘날 부귀와 성공을 추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직장에서 인정 받고 사는 것도 힘들지만 배우자나 자식에게 인정받고 산다는 것도 힘든 일이다. 가족을 생각하며 자신의 자존심을 접고 사는 이 시대 가장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비록 큰 성공과 부귀를 추구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가족을 위해 고개를 숙이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는 눈물겹다. 제나라 남자는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비굴한 게 아니었다. 그 아내의 눈물은 가장의 비애에 공감한 사랑의 눈물이었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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