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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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이 561돌 한글날을 맞아 2002 ~ 2006년 5년동안 우리 사회에서 ‘새로 만들어 쓰여진 새말(신조어)’ 3천500여개를 정리해 ‘사전에 없는 말 신조어’를 발간한 일을 놓고 시시비비가 끊이질 않는다. 신조어는 사회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흔히 ‘사회의 거울’이라고 부른다. 지난 5년을 반영하는 신조어들은 실망스러웠던 정치 상황과 심각한 취업난, 불안한 고용상황을 빗댄 말들이어서 모두 그럴듯하다. 그 중 실감나는 신조어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열하게 다투거나 날치기 등 비신사적인 행동을 일삼는 면이 있다’는 뜻의 ‘국회스럽다’와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을 주는 데가 있다’는 뜻의 ‘놈현스럽다’, 그리고 ‘행동이나 성격이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논리 없는 자기 주장만 되풀이하는 데가 있다’는 ‘검사스럽다’가 눈에 띈다.

이 신조어들은 참여정부 초기 ‘노무현 대통령과 검사들의 대화’에서 만들어진 ‘검사스럽다’에서 파생됐다. ‘아무 것도 하는 일이 없이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정부’란 뜻의 ‘건달정부’도 나왔다. 관치금융에서 더 나아가 ‘정부가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문서 아닌 구두로 은행 경영에 관여하는 일’이란 ‘구치금융’도 있다.

청년 실업이 장기화되고 고용불안이 커지면서 관련 신조어들도 많아졌다. ‘오륙도’ ‘사오정’ ‘삼팔선’ ‘이태백’ 등이 대표적으로 직장인들의 퇴출 연령대가 50대 오륙도에서 40대 사오정을 거쳐 30대 삼팔선까지 낮아졌다는 뜻이다. ‘이십대 청년 태반이 놀고 먹는 백수’라는 이태백 등은 잘 알려진 것들이고 최근엔 더 발전돼 ‘취집(취직 대신 시집)’, ‘대학오학년(일년 더 대학에 다니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 등이 등장했다. 사이버 세상답게 인터넷 통신 신조어가 가장 많다. ‘떡밥글’ ‘낚시글’ ‘ 악플러’ ‘된장녀’ ‘펌’ 등이 대표적이다. 국립국어원은 인터넷 통신언어 가운데 극히 일부를 내년 새로 발간되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릴 가능성을 내비쳤는데 그 중 순 우리말로 합성된 ‘누리꾼(네티즌)’이 실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 ‘놈현스럽다’는 너무 심하지 않느냐”는 말이 청와대 등 일부에서 나오는 모양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 자신도 “말씨와 자세에서 대통령할 준비가 안돼 있었다”고 자성한 바 있다. 앞으로 노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신조어가 나올 지 누가 아는가.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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