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인질 몸값?

샘물교회 교인 인질 몸값을 주었을 것으로 짐작못한 바는 아니다. 대면협상을 촉구하면서 몸값 지불을 각오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그래서 얼마를 주었든 이제와서 정부가 탈레반에 인질 몸값을 준 것을 탓할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정부가 사실을 숨기고 있는 점이다. 몸값 지불설을 부인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부측 공식 입장이다. 그러면서 (이를 언급하는 것이) “아직은 때가 아니다”란 말도 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탈레반에 1천만 달러(약 92억원)를 주었다는 보도가 영국 선데이 텔레그래프에 나왔다고 외신이 전해 주목된다. 이 신문은 탈레반측 사람들과의 아프간 현지 인터뷰를 통해 그같이 밝혔다. 탈레반 사람들은 “우리가 처음 인질 12명을 풀어줬을 때(8월29일) 700만달러를 받았으며, 나머지 돈은 나머지 인질(7명)을 풀어준 8월31일 전달됐다”는 등 몸값 수수의 구체적 일정까지 제시했다. 그러면서 탈레반이 1년 이상 전투에서 쓸 수 있는 무기와 폭약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정부가 테러집단에 준 돈으로 확보한 무기로 미국 영국 등 다국적군을 공격한다는 얘기인 것이다. 공격 대상이 되기는 동의부대 다산부대 등 국군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이는 결과론적 해석이다. 한국인 인질 피랍 당시 23명 중 2명은 이미 피살되고 21명의 생명 또한 풍전등화였던 게 당시의 상황이다. 테러집단과의 협상은 없다는 원칙보다는 어떻게든 목숨을 구하고 봐야하는 인도주의가 우선시 됐다. 다른 나라야 자국 국민이 아니니까 원칙론을 고수할 수 있었지만 같은 우리 국민끼리는 죽도록 그냥 놔둘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협상끝에 인질을 데려왔으면, 진실을 밝혀야 한다. 몸값을 줬든 안 줬든 테러집단과의 협상 선례를 남긴데 대한 국제사회의 눈총은 어차피 피할 수 없다. 그런 눈총을 각오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몸값이 1천만달러인 지 얼마인 지 알 수 없으나 그 돈은 국민이 세금으로 부담한 돈이다. 국민의 세금을 집행했으면 그 돈을 구상권 청구를 할 것도 아니고 이제라도 국민이 알도록 밝히는 것이 정부의 책임인 것이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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