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바둑대회

세계 68개국의 선수들은 서로 말이 없었다. 말을 하려고 해도 언어가 달라 잘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은 없었어도 실로 많은 말을 나눴다. 제2회 국무총리배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의 모습이 이러했다.

바둑판을 가운데 두고 두어가는 흑백 돌의 그림은 무언의 대화다. 이래서 바둑을 수담(手談)이라고도 한다. 수담은 이토록 인종과 언어를 초월하는 것이다.

바둑을 한국·중국·일본 등 동양 삼국에서만 하는 것으로 아는 것은 프로바둑에 국한한다. 아마추어 바둑은 세계적으로 크게 보급됐다. 오는 2010년 중국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바둑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다. 국내에서도 올 88회 전국체육대회에서 바둑을 처음 경기종목으로 실시했다. 장차 올림픽 종목으로도 진입할 것이다. 바둑의 프로화가 세계적으로 곧 확대될 정도로 세계 아마바둑이 크게 발전할 날도 그리 머지 않은 것 같다.

세계바둑대회를 겸해 가진 경기도바둑협회회장배 도민바둑큰잔치도 대단했다. 소년부·일반부·여성부·학생부(초·중·고등부)로 나뉜 열띤 대전이 치열했다. 특히 여성 바둑인이 많은 것은 괄목할 만했다. 여성부에 참여한 여류 기사가 무려 100여명에 이를 정도로 많았을 뿐만이 아니라 기력 또한 범상치 않았다. 예리하면서 치밀한 기풍이 남성을 능가했다. 주로 주부층인 여류기사들이 바둑판 앞에 앉은 모습은 보기에도 참 좋아 보였다.

바둑은 중용(中庸)의 도(道)다. 공격과 수비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도 안 되고, 강약이 조화를 이뤄야 하고, 야망과 허욕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하고, 상대에 앞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먼저 이겨야 하는 것이 바둑의 묘미다. 바둑에선 또 바둑판만 봐야지, 바둑을 두는 상대를 의식해서는 잡념이 생겨 지게 마련이다. 이래서 바둑판 앞엔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 ‘반전무인’(盤前無人)이란 말이 있다.

이번 대회는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수원종합운동장실내체육관에서 성대히 거행됐다. 사단법인 대한바둑협회가 주최했는데 이런 큰 대회를 성공리에 마치기까지는 이를 수원에 유치한 경기도바둑협회와 수원시바둑협회의 노고가 컸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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