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배우자들은 자신을 ‘러닝 메이트’로 불러주기를 바란다. 배우자들이 이전보다 직접적으로 나서는 이유 중 하나는 한 사람이 하는 것 보다 두 사람이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실용적인 이유도 포함돼 있다. 후보 자신이 감히 하지 못할 상대방 후보에 대한 공격을 부인이 담당하기도 한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의 부인 엘리자베스 에드워즈는 퍼스트레이드 후보 중 가장 적극적이고 저돌적이다. 유권자들에게 남편의 공약을 설명할 수 있다는 데 굉장한 자부심을 느낀다. 엘리자베스는 상대 후보들에 대해 날선 공격을 가하는 ‘저격수’ 역할도 서슴지 않는다.
힐러리 클린턴이 “사사건건 불화를 일으키고 본선 경쟁력이 없다”고 폄하하고. 이라크전을 반대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배럭 오바마 상원의원에겐 “성인군자인 척 한다”고 쏘아 부친다. 배럭 오바마의 부인 미셀은 자신만이 아는 남편의 소탈한 점을 언론에 노출시키며 지지자들에게 ‘신’처럼 보이는 남편의 이미지를 관리한다.
민주당의 퍼스트레이디 후보들과는 달리 공화당 대선주자 부인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역할 모델로 로라 부시(조지 W 부시 대통령 부인)나 낸시 레이건(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부인)같은 전통적 퍼스트레이디를 꿈꾼다. 미트 롬니 전 매사주세츠 주지사의 부인 앤은 고등학교 때 첫사랑과 결혼해 가정에서 뜨개질을 하며 아이를 돌보는 ‘완벽한 주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민주당 대선주자뿐 아니라 두세 번씩 결혼한 전력이 있는 같은 공화당 내 대선주자와의 차별점을 부각하고 모르몬교도인 남편의 약점을 감싸기 위한 전략이다. 실제 앤은 집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아니라 다섯 아들과 함께 전국을 누비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상원의원이 자신의 ‘후광’에 가리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연설문 작성을 도와주고 일정을 관리하는 등 정치자문의 역할을 한다. 선거자금 모금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서 알 수 있듯 힐러리 만큼 배우자의 덕을 톡톡히 보는 대선 주자들도 드믈다. 이젠 우리나라의 대선후보들이 거의 확정됐다. 후보 본인들의 지도력, 정치력도 중요하지만 미국처럼 배우자의 인품이나 언행도 그에 못지 않다. 명실상부한 여성시대다. 대선 후보 부인들의 공식적인 합동토론회가 열렸으면 싶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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