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노점상

가게의 어원은 가가(假家)다. 가건물인 것이다. 유래는 서울 종로 시전에서 가건물을 지어 장사한 데서 나왔다. 번듯한 시전의 전방을 갖지 못한 대신 시전 옆에 가건물을 지어 시전을 대행한데서 가게란 말이 유래된 것이다.

시전은 특정 유통업에 상권을 공식으로 도맡아 행사하는 일종의 이권이다. 오늘날엔 그같은 시전은 없다. 시전의 전방은 없어진 반면에 점방은 많다. 현대 유통업의 주류는 점방이다. 점방은 소정의 건물에 간판을 달고 장사를 한다.

그런데 점방 말고 노점이 있다. 점방을 낼 돈 없는 영세민이 먹고 살기 위해 길바닥에 좌판을 까는 것이 노점상이다. 점방은 건물주에 월세도 내고 나라에 세금도 낸다. 이러한 점방이 월세도 없고 세금도 안내는 노점에 다소간의 상권을 침해 당하면서도 묵과하는 것은 없는 사람의 생존권을 존중해서인 것이다.

한데, 노점도 노점나름인 것 같다. 점방보다 크고 점방보다 장사가 잘되는 노점일 것 같으면 기업형이다. 기업형 노점이 생존권 존중의 노점으로 보호받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가판대 영업 역시 노점이다. 서울시가 조례로 내년 1월부턴 가판대 노점을 제한키로 했다. 가판대 상인의 보유 부동산, 임차보증금, 금융자산 등 합계가 2억원을 넘으면 가판대 도로점용허가를 불허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시내 3천500여 가판대 노점상 중 2억원 이상의 재산 소유자를 600여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말이 아니다. 돈 가치가 아무리 없다해도 2억원이면 엄청난 돈이다. 2억원을 지닌 재산가가 노점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는 이미 노점상이 아닌 것이다. 서울 노점상은 별난 것인가, 2억원이 아니라 1억원 아니 단돈 몇천원만 가져도 안할 노점상 한도를 2억원으로 정한 조례 또한 웃기는 조례다.

노점은 잘 사는 선진 외국에도 있다. 노점의 사회적 역할도 있다. 하지만 노점에는 분수가 있다. 기득권을 이권화하는 노점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다. 서울시 노점상 자격을 2억원 재산 한도로 정한 조례에 반대하는 반발이 거세다는 게, 단돈 몇천원만의 재산도 없는 탓인지 이상하게 들린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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