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Gb’의 위력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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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3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공정으로 만든 64Gb(기가비트) 낸드 플래시메모리 반도체를 최초로 개발한 것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술력을 새삼 확인한 쾌거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매년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가 2배로 성장한다’는 황창규 반도체 총괄 사장의 반도체 신성장론인 ‘黃의 법칙’을 2000년 이후 8년째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64Gb 낸드 플래시메모리 반도체는 웨이퍼(반도체 원판)에 머리카락 두께의 4000분의 1에 불과한 30㎚ 선폭으로 회로를 새기는 초미세 공정으로 개발됐다. 이 제품 8개를 넣어 만든 64Gb 메모리카드에는 음악 파일 1만6천개를 저장할 수 있으며, 16개로 만든 128Gb 메모리카드엔 일간신문 800년 분량과 DVD 영화 80편을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주간지는 40만부를 담는다. 카드 하나가 일종의 도서관 기능을 갖게 되는 셈이다. 특히 64Gb 제품으로 40명의 유전자(DNA) 정보를 동시에 저장하는 바이오칩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바이오 기술과 반도체 기술을 결합한 바이오칩 연구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64Gb 개발로 일본의 도시바, 한국의 하이닉스반도체 등 경쟁 기업과의 기술격차를 각각 0.5세대(6개월), 1세대(1년) 가량으로 벌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이 제품을 2009년경 부터 대량 생산하면 2011년까지 3년간 200억달러의 시장 창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다.

이번 쾌거는 ‘위기’라는 과장된 표현이 나올 정도로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 일궈낸 개가(凱歌)여서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메모리 반도체는 전 세계적 공급과잉으로 인해 9월 이후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이 추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3-4분기에는 9천200억원으로 예년 수준까지 회복됐지만 2-4분기 삼성의 반도체 영업이익이 3천300억원에 그쳐 시장을 놀라게 했었다.

이번 기술 개발은 그러한 시장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고 내부적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어진다. 지금 세계 반도체시장에선 ‘타도 삼성’의 구호가 거세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삼성을 신뢰한다. 64Gb 개발에 성공한 삼성의 기술진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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