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약

‘그들은 강이 없는 곳에도 다리를 놔주겠다고 한다’고 했다. 후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말이다. 서구의 선거 방법에 공약이 난무하는 것을 두고 이렇게 빈정거렸다.

선거공약은 선거의 필수 요건이다. 선거의 필수요건인 선거공약이 이처럼 우습게 보이는 것은 선거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서구사회도 다르지 않아 또 이런 말이 있다. ‘선거공약을 가장 적게 한 사람에게 투표하라. 그가 가장 적게 속일 것이다’라고 했다.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세운 ‘뉴 프론티어’는 국민의 자기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의 국내개혁과 세계적 위상강화를 위한 미국 국민의 자존심을 고취시켰다. “국가에 국민이 뭔가를 요구하기 전에 국민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라…”는 것은 케네디의 유명한 대통령 취임연설 구절이다.

다음달에 있을 대선 등록을 앞두고 후보들의 갖가지 공약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자칭 예비후보가 아닌 각 정당의 정식 후보들이다. 그런데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듣기좋은 소리만 한다. 그대로라면 천국이 될 소리가 많다. 그렇지만 그같은 공약을 곧이 곧대로 들을 사람은 없다.

아무리 좋은 공약도 국민의 노력없이는 안된다. 가만히 있어도 잘 살게 해줄 것처럼 허풍 떠는 공약보단, 국민에게 더 많은 일과 더 많은 피땀을 요구하는 공약이 나왔으면 한다. 국민사회가 바라는 것은 가만히 있어도 잘 살게 해주는 그런 것이 아니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일을 못한다. 피땀을 흘리는 게 두려운 게 아니고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 억울한 것이다. 앞으로 일자릴 많이 주고 일한 노력을 제대로 평가하겠으니,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피땀을 흘리라는 공약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어 떳떳하다.

선거공약은 실현 가능성에 재원 등 여러가지 조건이 있다. 허풍공약을 걸러내는 것이 매니페스트 선거다. 후보의 공약을 검증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대선 후보 공약만도 ‘강이 없는데 다리를 놔주겠다’는 식의 공약이 없지 않다. 비굴한 사탕발림 공약보다, 국민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쓴 공약도 내놓을 줄 아는 당당한 후보가 있으면 좋겠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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