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원산지 관련 법률은 농산물품질관리법·식품위생법·대외무역법 등 세 가지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농산물품질관리법에 근거해 농축산물과 그 가공품을 단속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식품위생법에 의거 대중음식점 판매 쇠고기와 쌀을, 관세청(세관)이 대외무역법에 따라 수입물품의 원산지 단속권한을 갖고 있다. 이 세 종류의 법률이 모두 농축산물의 원산지표시 방법을 규정하고 있지만 문제는 원산지표시 위반에 대한 처벌규정이 제각각이다. 혼란이 없을 수 없다.
특히 원산지 허위표시의 경우 농산물품질관리법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이를 병과할 수 있도록 규정해 현행 법률 중 가장 처벌규정이 강력하다. 하지만 대외무역법과 식품위생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해 상대적으로 약하다.
원산지 미표시에 대해서도 농산물품질관리법과 대외무역법은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식품위생법은 100만 ~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렇게 법률에 따라 처벌 규정이 각각 달라 동일한 원산지 위반 행위라 할지라도 한 가지 법률을 적용하기가 곤란한 경우가 많다. 이런 법률은 각종 단속권이 해당 기관의 세력 과시나 밥그릇 싸움 양상으로 변질됐거나, 법률 제정 또는 개정 과정에서 기관 간 협의나 공조체제가 미흡했다는 방증이다.
오랜 논란 끝에 시행된 음식점 육류 원산지표시도 당초 식약청이 전문기관인 농산물품질관리원을 배제하고 단속권을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함으로써 단속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었다.
앞으로 여러나라와의 자유무역(FTA) 추진 등으로 농축산물 수입개방이 확대되고 그럴수록 원산지표시 위반 행위도 기승을 부릴 것은 뻔한 일이다. 농민단체들은 처벌규정이 무거운 법률 적용을 주장하고 대부분 의견도 찬성하는 추세이지만 그러나 처벌 잣대는 같아야 한다. 처벌 규정이 다르면 단속을 당한 사람들의 비난은 물론 민원이 야기될 소지가 다분하다. 동일한 범법행위를 놓고 단속기관·관련법에 따라 차이가 있으면 위반업소들에게 되레 책 잡히는 일이기도 하다. 단속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정부 부처간 업무조정은 물론 공조체제부터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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