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지구 환경과 인류 사회가 당면한 위기를 총체적으로 진단한 보고서 ‘지구환경전망’ 4차 보고서(GEO)는 참고용으로만 방치할 내용이 아니다. 대기오염으로 매년 200만명 이상이 사망한다면 우리나라도 환경 문제를 정책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옮겨 놔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지구의 오늘과 내일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는 43%, 평균소득은 40% 증가했지만 불균등 발전과 환경 파괴로 인류의 생태계가 받는 위협이 매우 커졌다.
가장 심각한 건 동·식물이 급속하게 사라져가고 있는 점이다. 자연 재해 등이 아니라 인간때문에 양서류의 30% 이상, 포유류 23%, 조류 12%가 역사상 여섯 번째로 멸종 위협에 처했다. 환경 오염도 심각한 수준이다. 토지의 황폐화 및 사막화로 인류의 건강과 식량 안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북극의 빙하와 남극의 오존층 파괴도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급증하는 인구에 비해 자원은 현격히 부족한 상태다. 특히 2025년이면 180만명이 절대적 물 부족 국가에서 살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세계 7개 권역별 문제점도 섬뜩하다. 아프리카는 사막화로 인한 식량부족, 남미는 급속한 도시화와 생물 다양성 파괴에 직면했다. 아시아는 환경파괴 개선, 유럽과 북미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지속 가능한 삶을 정착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경고했다. GEO 4차 보고서는 기후변화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지구 온도는 1906년 이래 평균 0.74도 상승했고, 금세기 안에 1.8 ~ 4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구 표면 온도의 평균 2도 상승에 대비하려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온실가스 문제의 책임 소재가 인간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급성이 결여돼 있다며, 라이프스스타일의 변화를 포함한 사회경제 구조의 근본적인 혁신을 주창했다. 생물학적 다양성과 함께 문화적 다양성의 급격한 축소를 우려하면서 “고유의 문화가 잘 보전된 지역일수록 생물 다양성도 우수한 경우가 많다”고 피력했다. GEO 보고서는 전문가 390명과 자문단 1천여명이 참여, 풍부한 관찰과 분석에 의거한 방대하고도 상세한 보고서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이 즉각적으로 대응을 안 하면 엄청난 재앙을 맞게 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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