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제1금융권, 은행가에서는 노인 서비스를 위한 신상품 경쟁이 한창이다. 약 22%인 금융자산의 예금주가 은퇴자금을 맡긴 노인들이기 때문이다.
국내 노인의 은행 예치율은 잘 모르겠다. 잘은 몰라도 별무할 게 거의 틀림이 없다. 우리의 노인들은 일본 노인들에 비해 일반적으로 돈이 없다. 공무원으로 있다가 퇴직해도 친구에게 삼겹살에다가 소주 한 잔을 사는 것은 연금을 받는 사람들이다. 퇴직금을 일시불로 받은 사람은 자신이 사업을 한다던가, 아니면 아들 사업자금으로 빼앗기다시피 주어 다 날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내 S동 M노인정 회장은 건축업을 하다가 은퇴했다. 사업자금을 바라는 아들들에게 그 이는 이렇게 호통쳤다고 한다. “내가 평생 뼈빠지게 번 돈을 왜 너희들에게 주느냐? 공부시키고 장가들여 주었으면 됐지 뭘 더 바라! 너희들도 뼈빠지도록 벌어라!! 어차피 내가 죽으면 니네들 것인데 뭐가 그리 바쁘냐”고 나무랐다는 것이다. 그 아들들 역시 자수성가 했다.
나이 많은 노인일수록 재산이나 돈을 지녔다가 자식들에게 나눠주어선 안 된다. 부모가 지녔을 땐 대접하다가도 일단 부모 손을 떠나 자식들 수중에 들어가면 또 다르다. 자식들이 불효해서가 아니라 원래 인간의 심성이 그렇게 돼 있다.
한국의 노인들은 일반적으로 돈이 없긴해도 그 노인정 회장처럼 은행에 상당한 돈을 예치시킨 노인이 더러 있긴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 분 말이 걱정이라고 한다. 내년 1월부터 실시되는 기초노령연금을 타기 위해 은행 예금을 찾아 차명계좌로 분산시키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다.
차명계좌를 자녀 아니면 누구 앞으로 하는진 모르지만, 비밀번호를 숨기고 통장이며 인감은 갖고 있을지라도 차명계좌 본인이 분실신고를 내어 통장을 바꾸거나 돈을 찾으면 그만이다.
기초노령연금은 좋지만 정부의 분배정책, 복지시책이란 게 이렇듯 헛군데로 새는 예산이 적잖을 것 같다. 상당한 돈을 갖고 있으면서 쥐꼬리만한 연금을 탐내는 노인들도 마뜩찮다. 월별로 기껏 2만원에서 8만원을 주는 기초노령연금을 받기 위해 차명계좌를 만들었다가 지닌 돈을 송두리 째 떼인 노인들이 안 나오리란 법이 없지 않을 것 같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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