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 탈북자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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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일본 정부는 1959년 조총련계 재일동포와 가족들을 북한에 송환하는 이른바 ‘북송사업’을 체결했다. 그해 12월14일 975명의 동포를 태우고 북한 청진항으로 출발한 이래 1984년까지 총 186차례에 걸쳐 9만3천여명이 북한에 송환됐다. 북한은 노동력 부족 등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은 거주지 선택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북송사업을 적극 추진했다.

그러나 최근 북송 탈북자와 가족들의 일본 입국이 부쩍 늘어났다. 탈북 이유는 불문가지(不問可知)이지만, 1996년 이후 11년 동안 170여명이 일본 땅을 밟았다. 올해 들어서만 21명이 새로 일본에 들어왔다. 하지만 탈북자들의 시름은 점점 깊어진다. 북한에서 태어난 자식, 손자들이 탈북 대열에 합류하면서 탈북자들은 더욱 현지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을 적대시하는 일본 사회의 싸늘한 분위기 탓이다. 북송 탈북자와 가족들은 일본에 오기 전부터 마음의 병이 들었다. 북한에서 북송 동포라는 이유로 차별 받고, 식량난으로 친족이 굶어 죽거나 지인이 공개처형을 당했던 기억 때문이다.

북한에선 일본 출신이라는 이유로, 일본에 와서는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로 이중의 차별과 설움을 받는다.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걱정, 중국에서의 힘들었던 도피생활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문제는 일본 당국이다. 인도주의보다는 ‘골칫거리 쫓아내기’의 측면으로 재일동포 북송사업을 추진했던 일본 정부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역사적인 빚을 의식하는 듯 북송 탈북자의 일본 입국에 대해 ‘허가는 하되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태도다. 일본 국적인 일본인처에 대한 지원조차 민단의 탈북자지원센터가 맡아서 할 정도다. 더구나 북송 일본인처를 제외하곤 탈북자를 원칙적으로 ‘무국적자(북한 국적자)’로 규정한다.

재일 동포사회는 탈북자들에 대한 일본 사회의 냉대와 압력이 “재일 동포에 대한 일본 사회의 또 다른 차별”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일본 정부가 북송동포에 대한 ‘결과적 책임자’로서 난민지위를 인정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북한과 함께 북송사업을 추진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일본 사회선 ‘북한 출신’이란 혐오를 받고, 조총련에선 ‘배신자’로 낙인 찍힌 북송 탈북자들의 문제를 우리 정부도 수수방관할 일이 아니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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