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전군표 국세청장의 사표를 미루다가 사상 처음 현직 국세청장이 수뢰혐의로 구속되는 낭패를 맛보았다. 그토록 감싸야 했던 연유가 뭔지 배후가 알쏭달쏭하다.
전 청장은 알려진대로 지난해 7월부터 올 1월까지 수뢰혐의로 따로 구속기소된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포괄적인 인사청탁 대가로 수차에 걸쳐 현금 5천만원과 미화 1만 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전 청장은 취임 첫날부터 정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1천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난해 7월18일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고 돌아와선 바로 뇌물부터 받아 챙긴 것이다. 이런 비리가 드러나자 현 부산지방국세청장을 시켜 구치소에 있는 정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 ‘돈 준 사실을 가슴에 묻고 가라’며 은폐를 시도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한데, 또 충격인 것은 그같은 상납이 관행적이라는 것이다. 검찰에 의하면 국세청 조직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영장에 ‘관행적 상납’이란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조사 과정에서 관행적 개연성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관행이란 관습이다. 즉 보편적으로 자행되는 습관인 것이다. 국세청장에게 상납하는 게 보편적 습관이라면 비단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만이 상납하진 않았을 것이다. 국세청장이 지방국세청장의 상납을 받으면, 지방국세청장은 호주머니 돈으로 상납하는 게 아니다. 그도 상납받은 돈 가운데서 상납할 것이며, 이런 구조적 비리의 다단계 상납 돈은 납세자들을 울궈낸 돈인 것이다.
옛 중국의 공자가 지금의 산동성 태산을 지나는데 한 여인이 슬피 울어 연유를 물었다. 여인의 대답은 이러했다. 오래전에 시아버지가 호랑이에게 물려갔는데, 얼마전에 남편이 물려간데 이어 이번에는 아들이 호환을 당했다는 것이다. 삼대가 이어 호랑이에게 변을 당한 것이다. 그럼, 왜 이 무서운 산중을 떠나지 않느냐고 하니까 여인의 말이 또 뜻밖이다. 관리들이 와서 세금 거둬가는 행패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자는 제자들을 보며 “가정(苛政)이 맹호보다 무섭구나!”하고 탄식했다. 가렴주구(苛斂誅求)란 말이 여기서 나왔다.
물론 대부분의 세무공무원들은 청렴한 가운데 열심히 일한다. 다만 전 군표 국세청장 같은 사람이 있어 그런 위인을 받들려다 보니 ‘명랑세정’ ‘조세정의’를 무색케하는 비리가 나오는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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