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젊은 탐험가에게 청소년 담당 정무차관직을 제수했으나 젊은 탐험가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내각에 들어가서 나를 희생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외신으로 전해진 프랑스서 있었던 일이다. 프랑스는 참 흥미스런 나라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청소년 담당 정무차관직 제의를 거절한 것은 29세의 퐁트누아로 여성이다. 일엽편주에 몸을 싣고 노를 저어 대서양을 횡단한 게 2003년이다. 이태 뒤엔 역시 노를 저어 남반구 일주 기록을 151일의 사투끝에 성공했다. 퐁트누아는 이외에도 여러 탐험 기록을 세웠다. 프랑스 청소년들의 우상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그녀에게 정무차관 자릴 주려고 한 건 퐁트누아의 용기와 희망을 프랑스 청소년들에게 불어넣어주고 싶어서였던 것이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에 초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무차관을 굳이 하지 않아도 내가 하는 일은 청소년에 대한 관심과 참여로 계속된다”는 것이 퐁트누아의 말이다. 세계 탐험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 제작과 방송프로그램 등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틈새없이 짜여져 있다는 것이다.
20대 여성을 정부의 차관 자리에 앉히려고 한 것도 파격적이고, 차관 자리를 대수롭지 않게 마다한 것도 파격적이다. 차관은 장관직과 함께 별정직으로 정부 부처의 장관 다음 가는 수장이다.
국내에선 선망의 대상인 것이 장·차관이다. 장관이나 차관을 한 번 지내면 퇴임 후에도 평생 ○장관님, ○차관님으로 불리는 게 사회적 예우의 관행이다. 그같은 관행이 좋은건 지 나쁜건 진 둘째 치고, 단명의 장·차관을 지낸 사람이 많다보니 언제 무슨 장·차관을 지냈는지 모르는 사람도 숱하다.
그렇듯 장·차관을 지낸 이들이 많지만 매력있는 선망의 자리인 것은 여전하다. 웃기는 건 해당 부처의 업무엔 전혀 문외한이 장·차관에 기용되는 사례가 적잖은 사실이다. 이래서 ‘(○○부의) 국장은 못해도 장·차관은 한다’는 말이 있다. 실무 집행은 못해도 폼만 잡는 허수아비 장·차관은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라고 차관 자리가 우리나라와 다를 건 없다. 높은 벼슬 자릴 자신의 일이 바빠 내가 할 자리가 아니라며, 미련없이 거절한 젊은 퐁트누아의 처신이 신선하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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