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

트루먼 미국 부통령은 1944년 루스벨트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당선됐다. 루스벨트는 1930년대의 세계적 대공황을 뉴딜정책으로 극복한 성공한 대통령이다. 미국 역사상 유일한 4선 대통령이다. 소아마비의 장애를 극복한 인간승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이던 1945년의 일이다. 백악관 집무실에 새로 달아놓은 샹들리에가 그는 귀에 거슬렀다. 원래가 검소하기도 하지만 미풍에 나부낄 때마다 ‘찰랑’ 거리는 소리가 매사에 골몰하게 생각하는 데 방해가 됐던 것이다. 어느날 비서실에 대고 “저거 부통령 방에나 달아놔라”며 샹들리에를 가리켰다.

트루먼은 그 무렵 부통령으로 할 일도 별로 없었지만 루스벨트의 역량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았다. 이러던 그가 얼떨결에 대통령이 된 것은 루스벨트가 아침에 세수를 하다가 뇌일혈을 일으켜 갑자기 숨진 유고 때문이었다. 부통령에 당선된지 82일 만이다. 트루먼은 대통령이 된 해인 1945년 고뇌끝에 단안을 내린 원자폭탄 투하로 그해 8월15일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 2차대전을 종식시켰으나 원폭탓으로 한동안 악명을 얻었다.

1948년 임기가 끝날 즈음 그의 국민적 지지율은 30%였다. 기차를 타고 미국 전역의 유세를 벌인 여행길이가 3만5천㎞를 넘었다. 이해 11월2일 공화당의 듀이와 겨룬 미국 대통령선거는 민주당인 트루먼의 압승으로 끝났다. 1950년 6월25일 북측의 남침으로 풍전등화와 같았던 한국 전선에 미군을 재빨리 투입시킨 것이 재선된 트루먼이다.

신장 169㎝는 서양인으로는 작은 키다. 이 단구의 대통령 매력은 서민적 행보와 결단력이다. 오늘날까지 용기있는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꼽는 ‘베스트 10’에 든다.

그런데 트루먼이 자신의 대통령 선거 체험을 통해 한 말이 있다. ‘인기와 매력은 승리의 요인 중 일부 일 뿐이다.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행운이다. 내 자신의 경우, 나에게 그토록까지 잘 되도록 할 의도가 결코 없었으나 운은 항상 생각보다 가까이 나와 함께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행운은 국민이 안겨준다는 사실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억지로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한다해도 그같은 운이 따르지 못하면 목적에 좀처럼 도달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가 회고록에서 밝힌 한 대목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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