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대가리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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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 “염소들보다 머리가 안 돌아가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고 현지 외신이 전했다. 염소가 알아 들었다면 몹시 불쾌하였겠지만 마무드 대통령은 자신의 분배 위주 경제정책과 핵문제 처리 방식을 비판하는 개혁파와 보수파 인사들을 싸잡아 염소보다 못한 인간으로 표현했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열린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담에서 스페인 총리의 발언에 끼어 들려다가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으로부터 “입 닥쳐”라는 폭언을 들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국왕이여, 입을 닥치지 않겠다”며 정면 반박했다고 한다. 그는 또 스페인 일간지와의 회견에서 “(스페인) 국민들이 국왕을 잘 통제해야 한다. 그는 매우 화가 나 마치 투우 같았다”고 비유한 뒤 “그러나 나는 솜씨 있는 투우사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스페인 국왕을 투우로 격하시켰으니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외국 정상(頂上)들의 정상(正常)이 아닌 막말은 대만에서도 나왔다. 천수이볜 대만 총통이 대만 중부 먀오리 지역의 반 정부 시위대와 마주친 자리에서 “중국이 그렇게 좋습니까? 중국과 사이에 막혀 있는 것도 없는데 중국이 좋으면 헤엄쳐 가보세요”라고 쏘아 붙였다고 한다. 한국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면 시위대의 반응이 어땠을까.

한국의 정치인들도 외국인들에게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보도된대로 지난달 22일 국회 법사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장에선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와 관련된 증인 채택 문제로 막말과 욕설이 난무했다. 두 정당의 대결은 이미 예상됐었지만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대통합민주신당 선병렬 의원에게 “잔대가리 굴리지 말라”고 비아냥댔다. 선 의원이 “야, 이 XX야, 잔대가리가 뭐야”라며 욕설을 쏟아냈다.

‘대가리’는 ‘머리’의 속어다. 동물의 머리로도 통한다. ‘대가리가 터지도록 너희들끼리 싸워라’ ‘대가리를 잡다가 꽁지를 잡았다’ ‘대가리에 쉬 쓴 놈’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놈’ 등 대가리는 상대방을 비하하는 데 쓰인다. 대가리도 그러하거늘 ‘잔대가리’라고 했으니 그 기분에 이해는 간다. 하지만 오늘날 특히 정치판에서 ‘잔머리’를 굴리는 경우가 많은 건 사실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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