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를 땔감으로 쓰면 7년을 빌어 먹는다’는 말이 전해 온다. 그만큼 우리 조상들은 감나무를 소중히 여겼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도 감은 훌륭한 먹거리였다. 어릴 적 간식이었던 감꽃부터 시작해 늦여름엔 땡감을 소금물에 우려낸 우린감(침시)으로, 가을·겨울에는 홍시로, 봄이나 제사엔 곶감이나 감장아찌로 유일하게 사철 먹을 수 있는 과일이었다. 일년 내내 당분 공급원이었고, 미네랄과 비타민이 많아 과실 중 으뜸으로 쳤다.
감은 열매뿐 아니라 꼭지와 잎에도 효능이 있어 버릴 게 없는 과일이다. 민간요법에선 딸국질이 멎지 않을 때 물 1컵에 말린 감 꼭지 10개를 넣고 달여 마시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 꼭지 달인 물은 야노증이 있는 어린이에게도 도움이 된다. 떫은맛이 나는 땡감은 외약용으로도 사용해왔다. 타박상·화상· 동상 등을 입은 데나 벌에 쏘인 곳에 발라주면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출혈이나 설사를 할 때에도 감은 유용하게 사용됐다. 덜 익은 감을 깨끗이 씻은 다음 꼭지를 떼고 8쪽으로 나눈다. 솥에 물을 붓고 끓이다 감을 넣고 약한 불에서 끓여 한번에 2 ~3쪽씩 하루 2 ~ 3회 식사 전에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감잎의 효능은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감의 어린잎엔 비타민 C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잇몸에 출혈이 있을 때 즙을 내어 치료제로 사용해왔다. 감잎차는 혈압을 안정시키고 음주 뒤의 숙취를 해소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또 감기 예방에도 효과가 크며 노인이나 어린이들에게 특히 좋다고 전해진다. 꾸준히 마시면 고혈압·동맥경화증·당뇨병 등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감잎차는 떫은감이나 단감의 어린 잎을 깨끗이 씻어 뜨거운 솥에 덖은 다음 햇볕에 말려 만든다. 잎이 바싹 마르면 밀폐용기에 보관했다가 따뜻하게 데운 찻잔에 감잎 1찻술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우려내 마신다. 감식초는 초산·구연산·사과산 등 유기산이 풍부하고 비타민C가 풍부해 입맛을 돋워주는 것은 물론 피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감나무 밑에 서있기만 해도 건강하다’는 말이 그래서 생겼다. 감은 가장 한국적인 과일이다. 선홍색 감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가 가을의 푸른 하늘을 이고 서있는 풍경을 보면 어디서나 고향처럼 푸근함이 느껴진다. 뒤란에 감나무 두 그루가 서있던 그 옛날 고향집이 그립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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