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뇌물?

뇌물과 선물의 차이는 우선 현금이냐 물건이냐에 있다. 물건이라고 해서 꼭 뇌물이 아니고, 현금이라고 해서 꼭 뇌물인 것은 물론 아니다. 물건도 희귀품이거나 고가일 것 같으면 뇌물이다. 현금도 상식으로 보아 부조돈 정도면 선물이다. 그러나 대체로 보아 뇌물은 현금인 것이 보편적 현상이다.

예금실명제 이후 두드러진 게 뇌물수수 방법의 변화다. 실명제 전엔 가공인물계좌에 입금시켜 통장과 도장을 주고받곤 했던 것이 실명제가 되고 나서는 그런 방법이 막혔다. 이래서 현금을 직접 주고받게 됐는데 이게 또 묘하다.

케이크 상자나 사과 상자에 돈을 넣어 뇌물을 주고 받는 방법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상자에 넣지않고 직접 주고 받기도 하는데,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눈치가 높은 게 고단수다. 뇌물돈을 직접 수수하지 않고 책상이나 어디 한 구석에 슬그머니 놓는 것이다. 직접 주면 한사코 안 받다가도 가만히 놓고 나오면 모른체 한다. “내가 언제 돈을 받았느냐, 그런 일 없다”고 잡아뗄 구실을 만드는 것이다.

중국 한나라 영제 때 매관매직이 성행하였다. 최열이란 부호가 승상에게 500만금을 주어 대신급인 사도란 벼슬을 샀다. 그는 밑천을 뽑기위해 자신의 권세로 팔 수 있는 아랫자리 벼슬을 파는데, 직접 뇌물을 챙기지 않고 집사를 내세운 매관매직이 밑천을 뽑고도 남을 정도로 심해 사람들이 ‘동취’(銅臭)라고 불렀다. 돈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번은 벼슬을 사려는 사람들의 불평이 많아 알아보니 집사가 뇌물을 가로챈 것이다. 배달사고가 잦았던 것이다. 그는 대로해 곤장을 때려 쫓아낸 집사의 발고로 결국 영어의 몸이 됐다.

정치인이나 고관현직의 사람들이 상당한 뇌물을 받고도 잡아떼는 것을 종종 본다. 물론 그 가운덴 무고의 예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개는 수뢰사실을 잡아뗀 위인들이 결국은 법원에서 유죄확정판결이 나는 것을 보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의문의 당선 축하금에 대해 입을 열었다. 안 받았다는 것이다. “(나는)당선 축하금 안 받았거든요”라면서 “어떻든 의심을 받는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최고 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이 포함된 삼성비자금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공포하면 퇴임후에 특별검사 앞에서 조사를 받게 된다. 대통령이 포괄적 뇌물인 그 돈을 안 받았다면, 그럼 배달사고가 있었다는 건지 이 또한 궁금하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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